"매니저한테 예외 처리 가능한지 물어볼게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차량이 수리점에 도착하기 전에는 차 렌탈이 나가지는 않아요."
혹은
"일반적으로 차량이 수리점에 도착하기 전에는 차 렌탈이 나가지 않아요. 그래도 매니저한테 예외 처리 가능한지 물어볼게요"
같은 말이지만 어떤 순서로 얘기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은 다르게 듣는다. 처음처럼 얘기하는 경우, "아니 차가 고장난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라며 말이 길어진다.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이 들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네 감사합니다."라는 답변이 온다. 긍정적으로 일처리를 해줄 것 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람이었다. 신원 확인을 위해, 경찰이 지문과 사진을 요구했지만 혐의자는 요구에 불응했다.
"지문과 사진 요구를 합니다. 마지막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오늘 밤 감옥에 가게 됩니다."라는 문장과,
"마지막 요청입니다. 지문과 사진을 내지 않는 경우, 오늘 밤 감옥에 가게 됩니다."라는 문장은 순서만 바뀌었을 뿐 전달하는 정보는 똑같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문장 사이에 침묵을 넣으면 꽤 강렬한 메세지가 된다. 여태 같은 말을 반복 했을 때에 용의자는 여태 완강히 거부했지만, 마지막 문장에서 지문과 사진 제출에 동의를 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에도, '통역사입니다'하고 소개를 먼저 하고 어디서 전화가 걸려왔는지 소개를 하려고 보면 전화가 끊겨있다. 통역사 프로토콜에 의하면, 알림 문구를 먼저 읽은 후에 통역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에는 순서를 조금 바꿔야 효과적이다. 미리 '00에서 전화드립니다. 간호사 00입니다." "그리고 저는 통역사입니다."의 순서로 해야 응답자가 귀담아 들을 확률이 높다.
같은 말을 해도 이를 전하는 방법은 통역사마다 판이하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노하우도 쌓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