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기 위해 낯선 독서모임에 들어가다

I의 도전!!!

by 일상세팅러



사람들과 얘기하다면 "N이구나."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나는 N이 맞다..!

나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얘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고맙게도 나의 친구들은 나의 이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흥미로워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주기 때문에

대학시절 동안 나는 부족함 없이 나의 "N"력을 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그런 기회는 매우 적어졌다.

1년 동안 대학 친구들과 만나는 날을 열 손가락으로 세어보라면 손가락이 충분히 세고도 남고,

친한 동료들과는 직장생활에 대한 이모저모와 재테크, 연애, 결혼 이야기 같은 현실적인 얘기가 주가 되었다.


물론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는 얘기들도 재미있었지만

문득문득, 나의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일에 쫓기고, 일과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당장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에만 집중하는 동안

나의 생각과 세계가 좁아지고 있었다.


좁아지는 나의 세계에 대한 위기감이 점점 고조될 쯤, 연말이 왔다.

당시 나의 업무는 연말에 업무량이 굉장했는데, 연말폭탄을 맞고 나니 나에게는 일종의 반항심(?)이 생겼다.

이렇게 일이 내 삶을 잡아먹게 할 수는 없어! 억울해!


그래서 나는 홧김에 독서모임을 신청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독서모임이라 1년을 고민했던 모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 삶을 지키고 싶었다. 나만의 삶, 나만의 일상을 지키고 싶었다.

회사가 정한 시간이 아니라, 회사가 요구하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내가 정한 시간. 내가 만든 루틴.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렇게 나는 그 해의 1월,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나의 세상을 넓히겠다는 로망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켰다.

또 나의 생각을 풀어내고 발화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좋은 독서모임이었고, 높은 수준의 모임이었기에 위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 모음에서 만난 분들과 여전히 연을 이어가며 다른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생각한 만큼 즐겁기만한 독서모임은 아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때 독서모임을 신청한 내가 대견하다.

나는 진지하고 재미없는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나를 좋아하고 있었고

그런 나를 지키기 위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내 삶 속에 나를 위한 한 조각의 시간을 끼워넣음으로써 나만의 작은 모험에 도전했다.


그렇게 도전한 모험으로 인생이라는 집에 나만의 작은 방 한 칸을 만들었다.

바쁜 현실을 살다가 그 방문을 열면 느리지만 깊게 사유를 하는 누군가가 있다.

바로, 내가 지키고픈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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