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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02. 2019

여행의 의미-이미지와 상징의 가치를 돌아보는 여유

- 한 달 유럽 배낭여행 -England London 편

·여행의 의미-이미지(Image)와 상징(symbol)의 가치를 돌아보는 여유- London 편
· 한 달 여자 혼자 유럽 배낭여행
·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도시 런던 여행기


유토피아(Utopia)


영국의 정치가이며 르네상스 시대 유럽 최고의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7~1535)는 그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당시 영국 정치 경제의 모순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상사회인 유토피아를 제시하였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유토피아는 오늘날 '이상향'이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토마스 모어가 반역죄로 단두대에 자신의 목을 맡긴 곳은 런던에 있는 런던탑(Tower of London)이다. 런던 관광 이틀 동안 머무를 숙소가 있는 곳 또한 런던탑이 있는 곳이었다.

     

런던은 토머스 모어의 소망대로 유토피아와 같은 곳일까? 영국의 대법관으로 모든 시민이 주인인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친 토마스 모어는 결국 차가운 단두대의 칼날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


영국은 어떤 나라일까? 영국의 정치·산업·상업의 중심지인 런던 여행에서 영국의 민낯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런던의 이미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Edinburgh)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영국의 수도 런던에 도착한다.

런던에 도착한 날 런던의 이미지는 런던의 상징 중 하나인 런던의 지하철(underground)의 빨간 간판으로부터 형성된다.


여행을 하며 이동한 유럽의 열두 국가들 중에서도 스위스와 더불어 영국은 대중교통이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느꼈던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런던 지하철은 우리나라 국유 철도인 1호선도 런던 지하철을 본떠 만들었을 만큼 많은 나라들의 지하철 표본이 되었다.

     

영국의 지하철, 언더그라운드




런던탑


공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런던탑이 있는 Tower Hill역으로 이동한다. 늦은 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밤이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런던탑의 전경이 보인다. 런던탑에 가까워질수록 구슬픈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쓸쓸한 날씨와 닮은 듯한 곡조에 귀를 기울여보며 어느덧 눈앞에 마주한 런던탑.


런던탑의 외벽을 둘러싸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등불들이 밤하늘의 별과 같은 형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땅의 별들이 런던탑을 감싸고 있었다. 등불들이 기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밤의 런던탑과 한낮의 런던탑


과거 런던탑은 무기고 또는 국고나 동물 전람원을 위한 장소, 왕립조폐국, 등기소, 영국 왕관 및 보주 보관소 등으로 쓰였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알려 건 많은 인사들을 감금한 장소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는 듯, 노랫소리와 등불은 잔잔하게 퍼져 울렸다.





런던 시내 도보 관광 이동



숙소에 짐을 푼 후, 런던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런던아이(Eye of London)와 빅벤(Big Ben)과 국회의사당(Palace of Westminster)이 있는 waterloo역에 도착한다.


워털루 역 출구를 나오면, 런던아이가 시야에 바로 들어온다. 런던아이는 1999년 21세기의 개막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 항공사가 이벤트성으로 지은 것인데, 예상보다 큰 인기를 얻어 사기업이 구매해 운영되고 있다. 매력적인 이 대관람차는 과연 ‘런던의 눈’이라는 애칭답게, 매혹적이고 강렬했다.


런던의 상징 런던아이와 템스 강(사진 옥별아)


빅 벤은 2022년까지 공사 중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빅벤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였다.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완벽한 빅벤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런던 국회의사당은 북쪽의 빅벤, 남쪽에는 빅토리아 타워, 동쪽은 템스강변을 따라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템즈 강을 낀 국회의사당

런던아이와 빅벤, 국회의사당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이 곳을 천천히 걸으며 런던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었다. 찾는 길도 어렵지 않아 도보관광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영국 국회의사당의 남쪽 빅토리아 타워(사진 옥별아)




노팅힐 서점


런던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인 노팅힐 서점(Notting hill Bookstore)이 있는 노팅힐 마을로 언더그라운드를 타고 이동한다. 노팅힐은 할리우드 영화 '노팅힐(Notting hill)의 배경지로 유명하다.


 노팅힐서점(사진 옥별아)


영화 노팅힐은 노팅힐에 사는 조그마한 여행 서적 전문점을 운영하는 남자와 세계적인 여배우가 운명처럼 만나는 한 편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영화이다.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인 줄리아 로버츠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고 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겠지만, 난 정말 맘에 드는 영화는 대본을 구해서 읽어본다. 주인공의 감성을 느끼고(feel), 그 감성을 나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possessiveness)이 들어서이다.


영화 노팅힐 중 명대사
노팅힐 거리




밤의 런던 타워 브리지(사진 옥별아)

타워 브리지


노팅힐 거리를 나와, 다시 언더그라운드를 이용하여 밤에도 아름답다는 런던 타워 브리지(London Tower Bridge)로 향한다. 강변을 걸으며 밤의 템즈 강과 런던 브릿지의 매력에 빠져본다. 런던 브릿지가 눈 앞으로 가까워질수록 런던의 밤은 짙어진다.


까맣게 물든 밤하늘을 배경으로 런던 브리지의 빅토리아 고딕 양식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모습이다. 템즈강변에 있는 상점들과 레스토랑에서 금요일 밤(friday night)의 런던의 왁자찌걸한 분위기는 덤으로 느껴 볼 수 있다.




다음날 아침 찾은 타워브리지는 밤의 타워브리지와는 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흑빛이 제일 잘 어울릴 것만 같던 모습으로 서 있던 다리(bridge)는, 어느새 하늘을 머금은 푸른빛이 제격인 다리로 변해있다. 반전 매력을 지닌 타워브리지이다.


타워브리지 도입 구에는 런던탑(Tower of London)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 브리지의 설계 당시에 런던탑과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런던탑에서 이어지는 런던 브리지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이 멋진 풍경이다.


타워브리지 바로 옆에 있는 런던탑(사진 옥별아)


1894년에 완공된 타워브리지는 1977년 파란색으로 도색작업을 마친 뒤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오직 두 번, 대형 선박이 지나가기 위해 개폐식 다리가 열린다고 하니, 그 장관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화, 때때로의 타워브리지의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영국인들이 가지는 특권이 아닐까?


템스 강과 타워브릿지(사진 옥별아)


타워브리지의 바닥(floor) 부분에는 타워브리지의 건축을 도운 노동자들의 이름과 직무, 노동 기간이 새겨있다. 타워브리지의 건축 기간은 8년으로 이 기간 동안 450명의 노동자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건설 노동자들의 이름을 새긴 타워브리지(사진 옥별아)


18세기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은 초기 자본주의 체제가 가져온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했다. 당시 영국 노동자의 평균 수명이 17세 미만이었다는 사실은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후 영국에서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었고, 근로 조건 개선과 권익을 주장하는 정치 투쟁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의 이름을 새긴 타워브리지, 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제대로 된 '명함(name card)'이 아닐까.





국립미술관과 트라팔가 광장


타워브리지에서 영국 국립미술관(The National Gallery)으로 걸어가는 길은 유난히 햇살이 밝게 빛났다. 국립미술관은 런던의 중심부이자 대형광장인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에 위치하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한 달 유럽여행에서 방문하게 되는 마지막 미술관이었다. 파리에서 퐁피두센터,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 로마에서는 바티칸 박물관, 피렌체에서는 우피치 미술관, 암스테르담에서는 반 고흐 미술관을, 영국에서의 내셔널 갤러리를 마지막으로 유럽의 미술, 종교, 정치, 역사에 관한 여행 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트라팔가 광장(사진 옥별아)


무료관람과 2300점의 부담되지 않는 전시품 규모는 내셔널 갤러리의 특징이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루이 레이폴드 부알리의 <창 앞의 소녀>(사진 옥별아)


그중에서도 역시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당시에는 처음  보는 작품이어서 작품의 이름마저 생소했던, 이 창가에 앉은 소녀는 나의 마음에 오랫동안 여운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관람하더라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감명 깊은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방 한쪽 벽에 걸려있는 모습으로 이질 감 없이 나만의 공간에 스며드는 상상이 되는 그런 작품. 그것이 나와 작품의 통通 이 아닐까?


예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누군가와 공감하는 통로이며, 사회를 이해하는 눈이다.

나를 찾는 여행, 그것은 나를 잘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끝 마저 난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사진 옥별아)




하이드 파크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 런던 하이드파크(Hyde Park)에 들어선다. 하이드파크는 1,420,000 m2  규모로 매우 넓은 공원이지만 관리 및 유지가 잘 되어있는 공원이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공원이었다. 완벽하다는 것은 상상했던 공원이 가지고 있는 이상(ideal), 그 이상이 실현된 곳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공원의 푸르름과 나무들, 잔디, 호수와 새들은 오히려 사람에 묻히기보단 그 분주함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가족들, 어린아이들, 잠시 목줄을 풀어 자유롭게 뛰고 있는 강아지들은  완벽한 공원 그림을 섬세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하이드공원의 전경(사진 옥별아)


녹색과 노란빛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하이드 공원은 이 공원을 따라 이어지는 황금빛의 궁전인 버킹엄 궁전과도 잘 어울리는 공원이었다.





버킹엄 궁전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은 영국을 대표하는 궁전으로 현재 엘리자베스 여왕(Elizabeth Alexandra Mary)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여왕이 궁전에 머물고 있을 때는 로열 스탠더드 깃발이 궁전 위에 걸리며, 반대로 깃발이 없다면 여왕이 현재 궁전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영국 여왕이 사는 곳 버킹엄 궁전(사진 옥별아)


영국에서의 여왕은 영국을 '상징(symbol)'한다. 그러나 이상(理想)을 향해 끊임없이 발전했던 영국은 서유럽의 선진국가 프랑스, 독일에도 세계적 영향력에서 뒤처지고 있고 최근에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영국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영국이라는 국가가 주는 이미지와, 상징들이다. 포근하고 따듯함을 가진 국가의 이미지는 다른 국가들과 구별된다. 


노동자들의 이름을 새긴 타워브리지와 죽은 영혼들을 달래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도시, 내셔널 갤러리의 창밖의 앉은 소녀가 잘 어울리는 순수함이 있는 도시, 아흔둘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로 런던의 가치를 보게 된다.

버킹엄 궁전 황금 천사 조각(사진 옥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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