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프라하와 영화 <더 베스트 오퍼>
-사랑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영화 속 프라하
프라하 블타바 강 까를교 위에서(사진 옥별아)"인간의 감정은 예술과 같아. 전부 가짜일 수 있어".
(Emotions are works of art, everything could be fake)
프라하 구시가지 천문시계(사진 옥별아)영화 더 베스트 오퍼(La migliore offerta)의 대사이다. 베스트 오퍼는 경매나 낙찰을 받을 때 제시하는 '최고 제시액'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시네마 천국>으로도 유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2013년도 작품이다. 영화 더 베스트 오퍼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올드먼이 여자 주인공 클레어를 기다리는 곳은 프라하의 '밤과 낮'이라는 레스토랑이다.
프라하 구시가지에는 1490년 하누슈(Hanus)라는 이름의 거장 시계공에 의해 제작된 천문시계가 있다. 영화에서 클레어는 올드먼에게 프라하의 천문시계를 얘기하면서, 프라하에 구시가지에 있는 밤과 낮(Night and Day)이라는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 클레어가 그가 평생을 모아 온 고가의 미술품들과 함께 사라진 후, 방황하던 그는 어느 날 홀로 프라하를 찾아간다. 천문시계가 보이는 호텔에서 시계를 바라보던 그는, 클레어가 말했던 레스토랑 '밤과 낮'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두가 짝을 이뤄 식사를 하는 중에 홀로 클레어를 기다리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 천문시계"사랑도 위조할 수 있을까?"
"완벽한 위조는 불가능하겠지". 올드먼의 친구가 말한다.
"기쁨, 고통, 증오, 심지어 사랑도 위조가 가능하지". 또 다른 친구가 말한다.
경매가 인생의 전부였던 올드먼에게 이젠 사랑이 제일 우선이 된다. 올드먼에게 어린 숙녀의 마음을 얻는 건 어떤 진품을 감정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는 그의 친구에게 클레어에 대해 상담하게 되고 그의 친구는 클레어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클레어. 클레어에게만 공개했던 고가의 미술품들을 모아 둔 방은 텅 비어있다.
올드먼은 진실 앞에서 무너진다.
올드먼의 비밀의 방과 클레어감정도 예술품처럼 위조할 수 있다면 그 속에도 무언가 진실된 것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올드먼은 클레어의 사랑과 감정이 위조된 것이라도 그 속에서 진실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못한다. 그는 진품과 위작,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경매사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그의 냉철함은 무용지물이 된다.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모순에 끌리는 거지"
사람을 물건이라 칭하고, 사랑의 감정을 모순이라 여겼던 그.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순덩어리로 여겼던 사랑이라는 감정, 사랑에 냉소적이었던 그는 이제 그것이 완벽한 위조라 할지라도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고 싶어 한다.
만약 사랑도 위조가 가능하다면, 거기에는 진품의 미덕은 없는가?
예술을 빚어내는 사람의 혼이 담긴 위작은 그것으로 가치가 없는가?
감정을 빚어내는 사람의 혼이 담긴 가짜 사랑은 그것으로 가치가 없는가?
'fake love'. 사랑에도 가짜가 있는가?
실낱의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가짜에 담긴 그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전재산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마음.
올드먼의 '베스트 오퍼'는 클레어의 찰나의 감정, 어쩌면 사랑. 혹은 그저 교감일지라도 치르고 싶던 값이 아니었을까?
프라하에 있는 실제 '밤과 낮' 레스토랑'밤과 낮'레스토랑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시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간이 밤낮없이 흘러가는 프라하, 시계는 잔인하리만큼 느껴진다. 그리고 올드먼은 그곳에서 홀로 클레어를 기다린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주는 것보다, 미술품 속의 여자들이 가지는 가치만을 쫓아 살아갔던 올드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진짜 사랑을 일깨워 주는 것이 그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이 아니었을까?
역설적으로 진정한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영화, 베스트 오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