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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28. 2019

여행의 의미-우피치 미술관에서 찾은 '봄'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우피치 미술관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박물관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를 세계 최고로 소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메디치 가에서 모은 미술품들은 1737년 피렌체 시에 기증되었고, 이후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더해지면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현재 총 45개의 관에 2500점에 이르는 작품이 있다.


우피치미술관 내부(사진 옥별아)


그중에서도 초기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 파올로 우첼로, 필리포 리피와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들과,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작품들이 있다. 또한 전성기 르네상스 시기의 대표 화가인 미켈란 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의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작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1.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1482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1482>


가운데 비너스가 있고 그 주변으로 봄을 상징하는 여신과 신들이 그려져 있다. 당시 피렌체 공화국의 경제·정치·문화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메디치 가문의 여름 별장에 그중에서도 신혼부부의 방에 걸리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림의 중심에 비너스는 '육체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에 이름난 화가들은 앞을 다투어 이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그림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신화적 인물인 헤르메스, 삼미신, 사랑의 여신 비너스, 님프 클로리스, 다산의 여신이자 봄의 요정 플로라,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등장한다. 그들 위에는 세속적 사랑의 신 큐피드가 삼미신을 향해 화살을 조준하고 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신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대표로 모두 9명인데 식물은 무려 500여 종으로 봉오리를 펼친 꽃송이만 190가지에다 식물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교배종이 무려 33가지 종이다. 이렇게 많은 봄꽃이 만발하기는 미술의 역사에서도 유일하다.


그림 중앙에는 아프로디테가 다른 그림과는 달리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순결하고 정숙한 여신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옆의 三美(삼미) 신들도 투명하고 얇은 옷을 입고 있는데 삼미신은 좌측에서 ‘사랑’, ‘정절`,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림의 오른편에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기 올리브 나무숲에 숨었다가 나오면서 봄의 요정 크로리스를 잡아끌어 안으려 한다. 크로리스는 제피로스의 포옹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미 제피로스의 손은 그녀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나 봄바람 서풍(west wind)에 의해 크로리스의 입에서는 장미꽃이 새어 나오고 있다. 크로리스는 여신 '플로라'로 변신해 보지만 결국은 제피로스의 아내가 되고 만다.


배경의 꼿꼿한 나무들은 오렌지 나무이다. 감귤나무 종류의 이름에는 ‘medica’가 붙는데, 당시에는 이 오렌지를 '메디카'라고 불렀다. 따라서 메디카는 메디치(medici) 가문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메디치 가문의 위상을 화려하게 그려내고 있는 그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혼의 한 쌍에게 전하는 사랑의 송가로 해석되는 이 그림은 사랑의 결실을 화사한 봄날의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2.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1484〉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1484>

이 작품은 메디치가의 로렌초 디 피에르 프란체스코가 자신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보티첼리에게 주문한 것이다. 이 작품 속 비너스는 바람에 밀려 해안에 이제 막 도착한 모습이다.


비너스를 그리스어로 '아프로디테'(Aphrodite)라고 하는데 '아프 로스'(aphros)는 그리스어로 '거품'이라는 뜻이다. 거품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를 표현하여, '봄 같은 사랑의 탄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나온 〈프리마베라, 1482〉와 같은 곳에 걸려 있는 작품으로 이 작품 역시 메디치 가문을 위한 그림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작품은 중세 이후 최초로 등장한 실물 크기의 여성 누드라는 점에서도 유명하다. 이 그림에는 고대 그리스의 여성 누드 조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베누스 푸디카(Venus Pudica) 자세를 취하고 있다. 라틴어인 '베누스 푸디카'는 ‘정숙한 비너스’라는 뜻으로, 여성이 자신의 부끄럽고 은밀한 부분을 양손으로 각각 가리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 그림에는 비너스를 상징하는 소품이 네 가지 등장한다. 조개껍데기, 붉은 장미, 고랭이 풀, 아네모네 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조개껍데기'이다. 서양에서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조개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여성을 의미한다. 붉은 장미는 생명을, 고랭이 풀은 풍성함을, 아네모네는 사랑을 의미한다.

고랭이 풀과 아네모네 꽃


그림 오른쪽, 꽃무늬 옷차림의 여신은 제우스의 딸 중 하나로 자연의 변화를 관장하는 '호라이'이다. 호라이는 시간, 그중에서도 봄을 나타낸다. 그림 왼쪽의 남녀는 각각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새벽의 여신 아우라이다.


봄에 탄생하는 비너스로 '사랑의 탄생'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 1472〉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수태고지, 1472>

수태고지(受胎告知)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장면이다.


뒷 배경에 꼿꼿하게 수직으로 서서 하늘을 찌를 듯한 후경의 사이프러스 나무는 성모 마리아나 예수를 상징한다. 한편 사이프러스 나무는 고대 그리스 · 로마 시인들이 ‘죽은 자들의 나무’로 여긴 만큼, 예수의 죽음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마리아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석관 위에 놓인 독서대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처녀의 몸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기상천외한 소식을 들은 그녀는 왼손을 들어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있다. 천사 가브리엘은 무릎을 꿇어 장차 구세주를 낳을 마리아에게 순종의 예를 다하고 있다.


마리아가 있는 공간은 인간의 이성으로 만든 건축물 앞이다. 반면에 천사 가브리엘은 신이 만든 자연 속에 위치해 있다.


가브리엘은 수태고지 그림에서 흔히 등장하는 백합을 들고 있다. 백합은 마리아의 순결과 정절을 의미한다. 정원의 수많은 꽃 중 야생 튤립이 간간이 보인다. 튤립은 햇빛이 없으면 죽는 존재이기에 ‘신의 사랑’을 의미한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백합꽃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에 있는 페데리코 바로치의 수태고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수태고지는 화가들의 단골 소재로 화가마다 표현방식이 달라서 흥미로운 그림이다.


페데리코 바로치의 수태고지(1526)






4. 루카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 1528>


루카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 1528>


루카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는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아담의 모습이 흥미롭다. 어리숙해 보이는 아담에게 사과를 건네는 이브의 모습으로부터 죄가 여성으로부터 기인된다는 작가의 해석이 강조되고 있다.


화가들은 특히 에덴동산을 배경으로 아담과 이브를 즐겨 그렸다. 그 이유는 누드화를 그릴 수 있는 핑계도 되고, 뱀이나 지식의 나무를 묘사할 때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담과 이브의 신에 대한 불충에 대해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인간은 신을 거역하고 악을 행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담과 이브는 신의 시험에 불합격했다. 그들은 신처럼 될 수 있다는 뱀의 꼬임에 넘어가 과일을 먹었으나 그 대가로 행복을 잃었다.



우리에게도 '자유의지'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 시험의 순간에 신의 뜻을 구하는 의지, 결단해야 하는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그 일부인 아담의 창조>
아담의 모습을 담은 미켈란젤로 작품(1511)






우피치 미술관은 멋진 건물이기도 하다.




우피치 미술관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본 '베키오 궁전(Palzzo Vecchio)'





우피치 미술관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가장 오래된 다리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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