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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Oct 12. 2021

센치한 가을, <마음 감기> 주의보

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제목에 <마음의 감기>란 표현이 있어서 깜짝 놀랐나요? 마음의 감기, 제가 학생 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 해주신 표현인데 너무도 인상 깊어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단어입니다. 마음의 감기란 바로 우울증을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무서운 정신병이고 고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렇지 않음을 쉽게 설명하는 표현이죠. 오늘은 이 ‘마음의 감기’가 왜 가을에 오는지 한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 우울, 우울증상, 우울삽화, 우울증 뭐가 맞아요? 

우리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말하는 우울증의 정식 명칭은 ‘주요우울장애(MDD: Major Depressive Disorder)’ 입니다. MDD는 생각보다 명확한 진단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DSM-V라고 하는 진단 기준으로 MDD를 진단합니다. 우울장애가 감기와 같다고 하는 이유는 우울증은 하나의 병적인 '상태'를 나타내지 만성 질병이나 장애, 즉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병을 나누는 국제 기준인 ICD-10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울증은 F33이라는 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우울 증상은 F32라고 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U11.9가 코로나 백신 접종의 코드입니다) 단순히 우울하다는 기분이나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힘들어, 이런 느낌만으로는 F33이 아닌 F32, 즉 우울증상만을 가지고 있고 이때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왜 가을이 되면 우울한 기분이 들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울한 느낌이 어느 정도 드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바로 내가 쬐는 빛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연광을 받으면 비타민 D 합성이 늘어나고, 이 비타민 D는 우울한 기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입니다. 

위에 말한 MDD로 진단된 사람의 94%에서 비타민 D가 20ng/ml 이하로 나타났다고 할 정도입니다. 미국의 경우 일조량이 적은 서북지방 (시애틀, 포틀랜드) 지역이 우울증 환자 빈도가 높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또, 아예 낮이 존재하지 않는 정도의 겨울이 있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에서 항우울제 처방이 높기도 합니다. 여기에 덤으로 추워지게 되면 신체 활동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외출할 일이 더 줄어들기에) 이런 변화가 나타납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기분의 변화를 주로 11월에 많이 느낍니다. 이 시기는 아침 출근 시간이 일출 후에서 일출 전으로 바뀌며 이런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심에는 일부러 밖에서 산책하고 더 움직이려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일조시간이 늘어나는 봄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일조시간이 다른 이유로 적어지는 (예를 들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장마철에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 됐건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가져오는 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요  

# 이게 병인가요? 

계절 변화로 인한 우울감뿐 아니라, 2주 이내에 나타나는 일시적 우울한 기분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 disorder, 우울장애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울함을 깊게 느끼는 사람은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F32번이라는 다른 기준으로 분류 된다고 합니다. 이런 계절적인 변화로 인한 우울감은 계절성 기분장애(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로 분류합니다. 더 정확히는 정동(情動)장애, 마음의 변화가 적절한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북극권 국가에서 계절성 정동장애를 가을철에 느끼는 환자가 일조시간이 많은 저위도 지방으로 이사 가면 (예를 들어 스웨덴 -> 스페인) 거의 다 낫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돈 많은 은퇴자들이 아리조나/플로리다 같은 남쪽으로 이사 가는 이유가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추운 겨울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급격하게 추워지는 날씨는 심혈관계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죠.)   


# 만약 이런 기분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아니기에 이런 조언을 드리기가 많이 조심스럽긴 합니다. 다만 의사로서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올 때, 이것이 원인이 있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제가 의대에서 가장 흥미 있게 들었던 수업 중 하나가 정신건강의학과 수업입니다. 사실 저도 감정적으로 기복이 있는 편인데, 이런 것을 알고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안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거나, 그렇게 길지 않더라도 일상을 망칠 정도가 되면, 주저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시기 바랍니다. 감기가 심하면,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치료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단순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본 것 만으로는 어떤 다른 불이익이 없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이런 일을 많이 겪기에 더 잘 알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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