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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Oct 26. 2022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리면 가마우지를 불러보게...

by 한독의약박물관

갈치, 고등어, 삼치, 굴비 등 밥도둑이 따로 없는 생선 반찬. 그런데 생선을 먹다가 가끔 목에 가시가 걸릴 때가 어요. 엄청 아프지는 않지만 침을 삼킬 때마다 불편하죠. 민간요법으로는 밥을 씹지 않고 삼키라고도 하는데, 이러면 오히려 가시가 더 깊이 박힐 수 있어 물을 마시라고 합니다. 물을 마셔도 가시가 내려가지 않으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가시를 빼는 것이 좋다고 해요.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면 “가마우지~ 가마우지”를 외쳤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오늘은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구급간이방』(보물 1236호)을 소개합니다. 


<구급간이방, 보물 제1236호, 한독의약박물관 소장>

『구급간이방』은 성종 20년(1489년)에 훈민정음으로 쓰인 의서입니다. 책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위급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구급간이방』은 훈민정음으로 쓰인 책으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구급간이방』을 쉬운 훈민정음으로 만들어 외딴 시골, 벽지에 있는 백성들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손쉬운 약재로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급간이방』은 구급방서 중 가장 완비된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질병을 127종으로 나누어 그 치료법을 설명합니다. 『구급간이방』은 병명, 전문 처방, 간단한 증세, 다양한 구급 처방전 순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책을 만든 후에는 원주, 전주, 남원, 합천, 곤양, 해주 등에 공장을 세워 책판을 두고 전국으로 책을 찍어내 널리 배포했습니다. 원래 8권 8책으로 편찬됐는데, 현재는 5권 5책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권6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권6에는 총 22종의 질병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뼈가 목에 걸린 골경(骨鯁), 바늘을 모르고 삼킨 오탄침류, 호랑이에게 다친 호상, 미친개나 보통의 개에게 물렸을 때 치료법 등이 있습니다.  

<구급간이방 권6 내지>

생선 뼈가 목에 걸렸을 때는 ‘귤껍질을 머금고 있으면 즉시 가시가 내려갈 것이다’, ‘백교향을 조금씩 삼켜서 가시를 내려가게 하여라’ 라고 합니다. 또, ‘입으로 가마우지, 가마우지하고 부르면 내려갈 것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가마우지는 새의 종류인데 목구멍이 유연해 꽤 큰 물고기도 통째로 삼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통째로 삼키는 것처럼 생선 가시를 삼키라는 주문일까요? 

호랑이에게 다친 상처에는 ‘좁쌀을 씹어 바르면 좋아질 것이다’, ‘사탕을 적은 양의 물과 함께 풀어서 고약같이 되거든 붙이고, 또 사탕물 한 사발 먹어라’등의 내용과 함께 ‘늘 술을 먹어 크게 취하면 범위 털을 토할 것이다’란 처방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는 치자 껍질을 불살라 간 것과 유황을 똑같은 분량으로 나누어 한데 갈아서 물린 데에 붙이되 하루 두세 번씩 붙이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보통 개에게 물렸다면 두여머조자기(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 풀)의 뿌리와 방풍의 뿌리를 같은 분량을 나누어 곱게 갈아서 마른 것을 붙이면 즉시 좋아질 것이라 설명합니다.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처방도 있긴 하지만, 『구급간이방』은 두메산골에서도 이 책만 있으면 웬만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는 매우 유용한 의서였습니다. 조선 전기에는 다양한 의서가 있었지만,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고 복사본이 많지 않아 일반 백성들까지 의료혜택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으로 만든 구급간이방 덕분에 민가에서도 쉽게 처방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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