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보급되기 전, 출근길 지하철에는 전철역 앞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무료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하철 무료 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오늘의 운세>였죠.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면 오늘의 운세 페이지를 마치 카드 게임의 카드를 확인하 듯 조심스럽게 열어 운세를 확인했습니다. 만약 좋은 운세가 나온다면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감을 얻기도 했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궁금해합니다. 특히, 연초에는 한 해의 운세를 점쳐 나쁜 일은 피하고 좋은 일은 즐겁게 기다리려 하죠. 이렇게 점을 보는 행위를 ‘점복(占卜)’이라 합니다. 오늘은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점과 관련된 유물, <산통>과 <산책>을 소개합니다.
# 소 발바닥을 보면 전쟁의 승패를 알 수 있다?
‘점복(占卜)’에서 ‘복(卜)’은 거북 껍데기나 짐승 뼈를 불로 구울 때 갈라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점(占)’은 ‘복(卜)’과 입 ‘구(口)’가 합쳐진 글자로 ‘앞으로 나타날 조짐을 보고 앞날의 좋고 나쁨을 알아내어 말한다’는 뜻입니다. 오랜 옛날에는 나라의 대소사를 점으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만주 북쪽 지역에 있던 고대국가인 ‘부여’에서는 군사를 일으킬 때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소를 잡아 그 굽을 보고 길흉을 점쳤다고 합니다.
# 산가지 3개로 보는 나의 운명
이 유물은 점쟁이들이 점을 칠 때 쓰던 ‘산통’과 '산가지'란 유물입니다. 우리말에 ‘산통 깨자 마라’란 말이 있죠. 만약, 점쟁이가 점을 봐야 하는데 산통이 깨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죠. 이처럼 산통 깨다란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고 뒤틀어 버린다는 뜻입니다.
이 산통에는 점괘가 적혀 있는 산가지(죽편) 100개가 들어갑니다. 쇠로 제작한 뚜껑에는 산가지를 하나씩 빼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점치는 사람은 산통을 흔들고 거꾸로 뒤집어 구멍으로 나온 산가지에 적힌 점괘를 확인합니다. 보통 산가지 3개를 빼내어 점을 칩니다.
산가지를 뽑으면 100가지의 점괘를 풀이한 산책을 보고 점을 칩니다. 점괘 순서는 십간(十干) × 십간(十干)으로, ‘제일첨 갑갑’부터 ‘제백첨 계계’까지 쓰여 있습니다. 이 산책은 목판본뿐 아니라 필사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것으로 보아 산통과 산책으로 점을 보는 것은 일반 백성들에게 널리 행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을 위해 대신 산가지를 하나 뽑아 보도록 할께요.
<제일첨 갑갑 대길>
하늘의 뜻이다. 공을 세워 이름이 알려지고 삶은 복되고 영화로우며 덕을 쌓게 되고 병은 평안하고 재산(뽕나무와 삼나무)을 많이 얻게 되고 혼인은 원만히 이루어지고 자식을 얻게 되고 좋은 소식을 듣게 되리라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