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 입니다. 지난달 연재는 한번 쉬었습니다. 3월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암도 아닌 암이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막상 제가 걸리고 나니 많이 걱정도 됐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원을 하고 전신마취도 받고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마쳤고 수술한 조직검사 소견도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다고 나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지난달에 편집장님께 받아 한 달 묵힌 주제는 콜레스테롤입니다. 콜레스테롤, 고지혈증, 나쁜 콜레스테롤, 좋은 콜레스테롤 등 많이 들어봤을 텐데요. 누구나 들어봤지만 잘 모르는 콜레스테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Chole+Sterol = Cholesterol / 콜레스테롤
분자식 C27H46O, 분자량 386.6, 융점 149~151℃.
영어도 콜레스테롤 한글도 콜레스테롤입니다. 먼저 Sterol은 ‘스테로이드+알코올’의 줄임말입니다.
‘약으로 쓰는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는 사실 굉장히 많은 물질을 두루 칭하는 단어입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약에 많이 사용되는데, 이걸 스테로이드 연고, 스테로이드 약으로 많이 불러 스테로이드가 약처럼 여겨지고 있죠. 스테로이드는 대부분의 생물체에서 발견되는 물질입니다. 스테로이드 계열 화합물 중 하나가 바로 ‘스테롤’이고 ‘스테롤’ 중 동물에서 발견되는 ‘스테롤리’가 바로 ‘콜레스테롤’입니다.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오긴 했네요.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아주 작은 단위인 세포의 막을 이루는 지질에서 발견됩니다.
콜레스테롤은 1784년 담석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의료 관련 학문을 공부했다면 콜레(Chole)란 단어가 친숙할 텐데요, 담즙의 그리스어가 바로 Chole입니다. 다시 말해 콜레스테롤이란 콜레(Chole)에 있는 스테롤(Sterol)이란 뜻이죠.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동물 생존의 필수적인 지질입니다. 콜레스테롤은 기름 성분으로 세포막 구성 외에도 지용성 비타민 (A, D, E, K)의 흡수를 돕고 비타민 D, 지용성 비타민을 합성하는 주요 전구체(원료)입니다. 사용하고 남은 콜레스테롤은 담낭(쓸개)에 저장했다가 배출합니다. 이처럼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우리 몸에서 직접 생성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간에서) 그래서 무조건 안 먹는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0까지 낮아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지방=콜레스테롤’ 아니지만 대부분 우리가 지방을 섭취할 때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함께 들어오는 것이죠.
‘콜레스테롤’이라 하면 위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혈관을 막는 기름, 콜레스테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너무 높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혈관 내부에 상처가 생기면 상처 회복을 위해 콜레스테롤이 관여하죠.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정확히는 저밀도 지단백(LDL))이 높으면 상처에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콜레스테롤을 만들어 혈관이 막힙니다.
위 사진의 좌측은 정상 혈관, 우측은 콜레스테롤이 쌓인 혈관입니다. 우측처럼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압이 올라갑니다. 혈관 내 와류나 콜레스테롤 과다 혈관벽이 떨어져 나오면 혈전이 생기는데, 혈전은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콜레스테롤은 우리 혈액 내에서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위에서 설명한 혈관을 막을 수 있는 저밀도지단백(Low-density lipoprotein: LDL)입니다. 다른 하나는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고밀도지단백(High-density lipoprotein: HDL)입니다. 그리고 이 2개의 콜레스테롤에 중성지방(Neutral fat)을 합치면 총 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 T-chol)이 됩니다.
LDL수치 = 총 콜레스테롤(T-chol) – 중성지방(TG)/5 – HDL수치
사실 우리가 건강검진에서 하는 일반적인 피검사에서는 LDL은 직접 검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계산으로 간접적인 검사를 하죠. (LDL수치 = 총 콜레스테롤(T-chol) – 중성지방(TG)/5 – HDL수치) 단, 중성지방이 너무 높으면 별도로 LDL을 직접 측정한다고 합니다. 즉,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LDL은 한 세트로 묶여 다니는 놈들이라는 거죠.
내가… 아직도 콜레스테롤로 보이니?
LDL은 콜레스테롤과 완전히 같은 뜻은 아닙니다. 콜레스테롤이 포함된 지질단백질(Lipoprotein)입니다. 즉, LDL이 높다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LDL의 형태로 묶여서 돌아다닌다는 거죠. 그런데 LDL이 과잉되면 (더 정확하게는 콜레스테롤 신생 합성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면) 혈류(피)에 나타나고 대식세포에 포식되고 결국에는 혈관벽에 침착(잡혀)되어 죽상동맥경화반(Atherosclerotic plaque)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LDL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LDL이 ‘나쁜 콜레스테롤’이란 별명으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이에 비해 HDL은 콜레스테롤을 잡아서 다시 간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주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게 되면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별칭이 붙게 됐습니다.
좋다고 하니 HDL 수치가 무조건 높으면 좋은 걸까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상 수치보다 높기만 하면 (아래 나온 것처럼 40mg/dL)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런데, 총 콜레스테롤 는 200mg/dL 미만이 정상인데, HDL 수치가 높으면 총 콜레스테롤 수치도 함께 높아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LDL수치가 높으면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실제 우리가 '고지혈증'이라고 알고 있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총 콜레스테롤이 아닌 LDL을 기준으로 평가하거든요.
위험인자인자에 따라 LDL 수치의 기준이 다릅니다. 위험인자에는 나이(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조기 허혈성 심장병의 가족력(부모, 형제, 자매 중 남자 55세 미만, 또는 여자 65세 미만에서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한 경우), 흡연, 고혈압, 당뇨병, 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등이 있습니다. 물론, 고중성지방혈증이라고 해서 중성지방(TG)만 보는 질환도 최근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역시 고지혈증이라 함은 LDL의 관리가 주 치료 타깃입니다. LDL이 높을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죽상동맥경화반이 생겨서 동맥경화와 혈전증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고 이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위에 표에서도 보실 수 있지만 1단계 생활요법, 2단계 약물치료입니다. 한 때 약물치료의 대표적인 약제인 스타틴(Statin)을 일찍 먹을수록 좋다는 학자들이 있었으나, 이것이 학계의 정설은 아닙니다. 1단계 생활요법에는 우리가 아는 몸에 좋은 것이 다 들어갑니다. 금주! 금연! 체중조절! 규칙적인 식사! 운동! 등이 있습니다. 특히 식사에서는 너무 불필요한 지방 (비계, 닭 껍질)은 제거하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사실 제일 맛있는 부분인데) 중성지방도 높다면 그냥 단순 탄수화물+전체 섭취 열량 모두를 줄여야 합니다. 과도한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이죠.
특히 이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 간과하기 쉬운 음식이 바로 커피입니다. 정확하게는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에스프레소 머신 계열의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습니다. 커피에는 카페스톨(Cafestol)이란 일종의 기름 성분이 있는데, 거름망을 쓰지 않은 커피에서 높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실 카페스톨은 커피를 마시면 항염증,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는 바로 그 성분입니다만, 명백하게 LDL을 높인다고 되어있습니다. 혹시라도 아메리카노를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면 한번 줄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단계 약물치료는 스타틴계열의 약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중성지방도 높으면 피브레이트 계열의 약제를 처방합니다. 그런데 ‘약으로 쉽게 조절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약을 끊으면 바로 이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1단계 생활 요법으로 생활습관을 바꿔 위험인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뇨가 서서히 사람을 아프게 한다고 하죠. 그런데 당뇨는 혈당 조절이 안될 때 내 몸이 느낄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당뇨병의 이런 증상 때문에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관리를 시작하는데, 이런 사례가 고지혈증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반면에 고지혈증은 많이 심해져도 증상은 별로 없어요. 그냥 서서히 우리몸의 여러 혈관들을 나이보다 더 병들게 만들 뿐이지요. 더군다나 (커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건강검진에서 혈압/당뇨에 비해서 훨씬 많은 빈도로 이상 소견이 나오는 것이 바로 고콜레스테롤혈증입니다. 여러분의 건강검진 결과에서 LDL 수치가 높다면 조금씩 생활 습관을 바꿔보세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