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건강 Oct 22. 2020

[책리뷰] 예민한 사람을 위해

by 마흔살 어른이

일주일 내내 흰밥에 같은 반찬을 먹어도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과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난, 지난 40년 동안 내가 무던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수업>이란 책을 읽고 난 예민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보통 예민한 사람이라 하면 성격이 까칠하다는 등 부정적을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예민하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예민함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연민과 기쁨을 더욱 각별히 느끼고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힐 경우 예민한 사람은 고통의 감정의 악순환이 계속돼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민할 사람일수록 감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동물원의 동물들이 불쌍해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사람들이 동물원에서 침팬지를 보며 즐거워할 때, 예민한 사람은 우리에 갇혀있는 침팬지를 불쌍하게 여긴다. 동물의 감정에도 민감한데 하물며 함께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의 감정에는 얼마나 더 민감할까? 중학생 때 CK, GUESS, LEVI’S와 같은 브랜드 청바지가 유행했다. 당시 우리 집은 평균 이상으로 잘 살았지만 부모님은 브랜드 청바지를 절대 사주지 않았다. 극심한 사춘기였던 형은 브랜드 청바지를 사달라며 엄마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나도 물론 친구들처럼 브랜드 청바지가 갖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사달라 조르지 않고 몇 달 동안 용돈을 모아 결국 청바지를 샀다. 그것도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어찌 보면 참 기특한(?) 행동이지만 내가 용돈을 모은 이유는 나까지 엄마한테 청바지를 사달라 하면 엄마의 기분이 상할까 걱정을 해서였다. 이처럼 예민한 사람은 내 감정이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은 옆에서 누군가 화를 내면 똑같이, 어쩔 땐 더 심하게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동안 친구들이 화나는 일이 있을 때, 같이 욕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면 그렇게 나를 찾아왔나 보다. 


# 예민함과 창의력의 상관관계

예민한 사람은 창의력이 높은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사건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예민한 창의력의 긍정적인 단면일 뿐이다.


얼마 전 아침 일찍, 가족 모임이 있었다. 약속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는 다른 가족들보다 1시간 30분을 늦었고 나를 보는 가족들의 시선이 매우 싸늘했다. 약속 시간을 잘못 알고 늦게 간 나, 그리고 약속 시간에 늦어 기분이 좋지 않은 가족들.. 어느 가족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다.  하지만 나는 그날 가족들의 그 싸늘한 시선이 매우 기분이 나빴고 이 기분 나쁜 감정은 그 이후로 3일 정도 지속됐다. 바로 그 예민한 창의력 덕분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내 머릿속은 매우 복잡해진다. 가족들의 싸늘한 시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수백 가지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된다. ‘만약, 엄마가 시간 약속을 왜 나만 몰랐다고 하면 난 뭐라고 반격할까?’ ‘만약, 형이 또 핀잔을 주면 뭐라고 반격할까? 형이나 평소에 가족 모임에 잘 나오라고 할까?’ 등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아니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를 잘못된 창의력으로 리얼하게 상상하고 혼자 분노를 했다. 그냥 ‘미안합니다’라고 한마디 하면 될 것을…


# 해석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나 같이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판단하려는 성향이 짙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나 같은 사람에게 ‘판단의 잣대를 버리고 해석하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권한다.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단 거다.


지금껏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면 타인과 다툼이 잦았던 공통된 상황이 있다. 소위 말하는 ‘내 말이 씹혔다’를 느꼈을 때다. 직장동료, 친구는 물론 하물며 6살 딸에게서까지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극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한다. 분노까지 이르게 한 단계를 한번 생각해 보면, 처음 내 말에 대해 반응이 없으면 ‘이 사람이 못 들었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반응이 없으면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구나!’라고 타인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하고 결국엔 분노에까지 이른다. 상대방이 이어폰을 끼고 있었을 수도, 다른 무언가에 집중을 하고 있을 수도,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하고 신중하게 답을 하기 위해 기다릴 수도, 반응이 없을 수 있는 상황은 수만 가지다. 하지만 타인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섣부른 판단을 한 나는 결국 다툼을 하는 실수를 반복해 왔다. 


사회 초년 시절부터 여직원들과 함께 일을 해 온 나는, 여직원들의 바뀐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잘 발견하고 칭찬해 나름 섬세한 남자란 평가도 받긴 했다. 하지만 가끔 특별한 상황도 아닌데 울컥하며 화를 내 상대방을 당황시킨 적도 많다. 이 모든 것이 내 정서적 예민함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예민한 사람이란 점을 인정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Noom 다이어트 리얼후기 (최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