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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Feb 03. 2021

파스 사용 설명서

by 배뚱뚱이

물파스, 동전파스, 파스로션, 습포제, 이름, 형태도 여러 가지지만 통칭 ‘파스’로 불립니다. 파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붙이는 파스에는 플라스타(첩부제), 카타플라스마(습포제), 패취가, 바르는 파스에는 로션, 액제, 겔, 스프레이, 롤(고형)파스 등이 있습니다. 파스는 사용해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널리 쓰이는 의약품 중 하나죠. 실제로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반의약품 Top 5에 파스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의약품, 우리가 근육통이 있으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파스! 오늘은 파스의 종류와 사용 시 주의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파스는 어떻게 근육통을 치료할까?  

A) 후끈 후끈! 살리신산메틸 기반 파스

회사마다 배합은 다르지만 최초의 파스는 멘솔, 캄파 등 발적제(Rubefacient)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발적이란 피부 주변이 약간 벌개지는 현상으로 피부 주변의 모세혈관이 확장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유 + 파스에 포함된 접착 성분이 함께 작용해 피부질환이 있는 부위에 파스를 바르면 피부 질환 증상이 악화되고 따가움을 심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살리신산메틸(methyl salicylate)’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살리신산메틸은 진통 효과를 내며 파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살리신산메틸은 체내에서 대사가 되면 NSAID 진통제 성분인 살리신산으로 바뀝니다. 얼핏 보면 ‘아~ 체내에서 진통제로 바뀌어 진통효과가 있는 것이군’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살리신산메틸이 살리신산으로 바뀌며 기대할 수 있는 진통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히려 살리신산메틸은 발적에 수반되는 반대자극제(Counterirritatnt)원리를 통해 통증을 완화시킵니다. 통증이 있는 부위 근처의 피부진피층(주: 피부의 약간 안쪽)을 자극해 상대적으로 근육과 관절의 통증을 덜 느끼게 해주는 원리입니다. 얼핏 보면 최면 효과 같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파스는 1주일 이내의 급성통증에는 효과적이나, 2주 이상의 만성통증에는 위약군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BMJ. 2004 Apr 24; 328(7446): 995.) 같은 부위에 오랫동안 살리신산메틸 계열의 파스를 붙이는 것은 진통 효과보다는 마음의 안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놀, 신신파스, 아렉스, 안티푸라민, 멘소래담 등이 유명한 제품입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Bengay라는 약제가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파스입니다. 다만 서구에서는, 특히 남자들의 경우 몸에 털이 많아 붙이는 파스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B) 통증 부위에 직접 항염증 성분을 전달하는 파스 

근육통은 근육에 발생한 염증(inflammation), 그 염증에 의한 통증이니까 염증을 다스리기 위해 항염증제를 주입하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TOPICAL NSAID, 우리말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라 합니다. 아마 근육통이나 관절염으로 병원에 가보신 분들은 대개 “…페낙”또는 “….펜”으로 끝나는 약제와 소화제를 처방받아 봤을 겁니다. 


아니, 근육이 아픈데 도대체 왜 먹는 약을 주지?’ ‘소화제는 또 왜 주나?  

일단 염증이 생긴 부분이 있으면 경구로 항염증제를 복용해도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NSAID 성분들이 대부분 …fenac …fen 등의 어미로 끝나기 때문에 약에 ‘OO페낙’, ‘OO펜’과 같은 이름이 붙습니다. 그런데 이 경구 NSAID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 위장관 부작용이다 보니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통 소화제를 함께 처방합니다.  


NSAID 성분을 직접 파스에 발라서 아픈 부위에 붙이는 것이 바로 국소 항염증제성분 파스입니다. 여기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성분이 바로 케토프로펜입니다. 네 맞습니다. “케토”로 시작하는 파스들은 바로 이 국소 항염증제 성분의 파스입니다. 급성 통증에 주로 효과가 있는 살리신산메틸과 달리 케토프로펜은 근육의 염증에는 물론,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usculoskeletal Care. 2017 Jun;15(2):114-121. doi: 10.1002/msc.1163.)  

대신 피부를 자극하는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 전통적인 파스를 붙였을 때와 같은 “싸~한 느낌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그 피부의 맛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케토프로펜성분 제품에 위의 성분을 첨가한 제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 비슷하게 피록시캄이라는 NSAID 성분으로 만들어진 패취 형태의 붙이는 제품도 있습니다. 사실 경구로도 복용이 가능한 이 성분의 파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위에 설명드린 대로 장기 NSAID 복용에 따른 위장관 부작용 없이 상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치료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 한방파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방파스는 대개 앞서 설명한 살리신산메틸 기반의 파스에 추가로 산초/황백/치자 이 세 가지에서 유래한 물질을 배합해서 만드는 것으로 약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초/황백/치자 성분은 염증을 완화시키고 통증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치자가 들어 있는 제품은 몸에 붙이는 부위가 노란색을 띱니다. 


D) 자석파스

아마 자기방 파스라는 광고를 90년대에 보셨던 기억이 있는 독자 분들이 계실 겁니다. (ㅃㅃ자기방) 놀랍게도 아직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석 파스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사 와야 할 아이템 리스트에 간혹 오르는데, 원리 자체는 작은 자석을 통증 부위에 붙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줘서 통증을 완화시켜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법상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E) 마약성 진통제 성분으로 된 파스(패치)

이 약제는 여러분들이 약국에서 전문의의 처방 없이 사시면 안 되고, 외국에서 직구 사셔도 안 되는 약제입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0242078979254 ) 기전 자체는 진통제를 바로 통증 부위에 투여하는 기전입니다만, 사실 적절한 정도의 통증은, 우리 몸이 “여기는 문제가 있으니 쓰지 마라”고 보내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 신호 자체를 아예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를 하셨던 독자라면 스팀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사의 처방과 관리 하에 사용해야 하는 약입니다.  


2. 이런 사람은 파스 붙일때 주의하세요 

파스는 ‘아픈 곳에 직접 바르거나 붙이는’ 매우 직관적인 의약품입니다. 많이 쓰는 만큼 잘 쓰면 효과가 있지만, 무의미하게 남용되는 경우도 많은 의약품입니다. 이런 특징을 고려했을 때, 급하게 근육에 생긴 문제는 (염좌, 근육통)은 전통적인 살리신산메틸계열의 파스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래된 관절 통증과 같은 만성적인 통증 경우는 해당 기전의 파스로는 진통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소 항염증제 성분이 있는 파스의 사용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케토프로펜 성분은 광과민성으로 피부발진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외출 시에는 옷으로 가려주면 좋습니다. 


파스를 통한 치료가 의미가 없거나 피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등에 의한 신경통증 (방사통), 즉 근육이나 관절의 문제가 아닌, 신경이 눌려 아픈 경우에는 파스를 통한 치료가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또, 파스를 붙이고자 하는 부위에 피부 질환이 있다면, 파스 치료는 피해야 합니다. 파스에 쓰이는 피부 접착 성분, 그리고 파스 고유의 발적 성분으로 피부 질환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뇨환자 등이 겪으시는 말초신경병증, 주로 손, 발 끝에서 느끼시는 통증의 경우 파스에 의한 피부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혼자 결정하지 말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고 파스를 선택해 치료 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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