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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Mar 09. 2021

현대 의학으로도
내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1화)

by 배뚱뚱이

인간도 동물이었다

항상성과 저장능력


제 필명은 배뚱뚱이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 평균 체중을 넘어 ‘키 – 체중’ 숫자가 늘 두 자리에 머물렀던 (보통 키 - 체중=105를 정상 체중이라고 합니다), 평생을 비만으로 살았던 슬픈 과거와 현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의학을 공부하며 크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의 몸은 기본적으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항상성 (Homeostasis)이 엄청나게 크게 작용한다. 둘째, 인간도 동물이다 보니 과도하게 섭취한 에너지는 버리지 않고 위기 상황을 대비해 저장한다. 


항상성이란 몸의 어느 한 곳이라도 불균형이 생기면 호르몬이나 다른 뇌의 조절 등, 스스로의 힘으로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체중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갑자기 살을 빼려고 (체중을 줄이려) 한다면, 몸은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는 방향으로 저항합니다. 살이 잘 안 빠지는 원인은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인 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먹을 것이 많아져 음식물을 과잉 섭취하면 이를 저장하는 프로세스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게 바로 지방 축적입니다. 동물은 계절적 요인 또는 건기, 우기 등에 따라 먹이가 풍족할 때 많은 식사를 하고 저장해 먹이가 부족한 시기를 이겨냅니다. 사람도 이러한 프로세스가 동일하게 있다 보니 과다 섭취한 칼로리는 결국 살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도, 그 운동으로 인한 근육 증가에 지방량은 그대로 있는 씨름판의 장사들 같은 체형으로 변해버린 지 어언 40 평생. 사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힘든 다이어트를 “돕는” 다는 미명 하에 엄청나게 많은 건강기능식품, 자연 유래 식자재들이 나와있습니다.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제가 고등학교 점심시간에는 곤약으로 된 비빔국수를 도시락으로 먹었고요. (그때가 1997년으로 사실 곤약으로 된 다이어트 음식이 처음 나온 것이 그때로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건기식, 다이어트 약물 심지어는 살 빼는 한약까지 안 해본 게 별로 없을 정도네요.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형성된 시장이 다이어트 제품 시장입니다. 사실 저도 정확한 근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는데 많은 기사들에 따르면 다이어트 제품 시장은 10조원 규모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장에는 정말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제품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마지막 결론이 조금 허무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여기서 소개해 드리는 상당수의 약제는 반드시 약사의 상담 또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드셔야 하는 약제임을 강조드립니다.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살이 빠졌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건강기능식품의 정의는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법률 제 16715호]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한 식품을 말한다’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서 제조만 한다면 건강기능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특정 성분을 먹기 좋게 농축해 놓은 것입니다. 


흔히 알려진 성분으로는 녹차에서 유래한 카테킨 (녹차 추출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HCA 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키토산 (네, 그 게껍질에서 나온다는 키토산 맞습니다.) 공액리놀레산 (CLA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정도가 많이 이용되는 성분입니다. 그런데 이 위의 모든 성분들은 ‘체중감소’가 아닌 ‘체지방 감소’로 인증 받았습니다. 체중감소와 체지방 감소가 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즉, 지방 감소에는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체중 감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다른 가장 유명한 성분으로 L-카르니틴이 있습니다. 사실 카르니틴은 허혈성 심질환, 심근대사 장애에 사용되는 약제로도 쓰입니다. 그런데 카르니틴은 위의 기능 이외에도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수송해 에너지를 생성하도록 하면서 체중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예상되는 특성 때문에 다이어트용 건기식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일반의약품과 달리 건기식은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N으로 시작하는 녹색 검색창에 위의 성분을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건기식들이 위의 성분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위에 말씀드린 대로 이런 성분들은 다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건기식을 먹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서 나온 연구결과가 없습니다. 단지, 몇몇이 건기식을 먹고 살을 잘 뺐다는 정도의 결과만 있습니다. 물질의 기전상 ‘아마도 살을 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또, 자연유래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들이붓는다고 해도 몸에서 실제로 이용되는 비율은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비타민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합비타민을 하루에 수십 알 먹는다고 해서 몸이 좋아지지는 않는 거죠. 


그래서 이런 식품들이 기적과도 같은 엄청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고 내 노력에 조금 힘을 보탠다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일반의약품 먹고

계속 살이 빠지면

일반의약품일 수 없다

일반의약품, 쉽게 말하자면 의사를 만나서 받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 입니다. 약사법 제 2조에 따른 정의는 


가. 오용·남용될 우려가 적고,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나. 질병 치료를 위하여 의사나 치과의사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다. 의약품의 제형(劑型)과 약리작용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의약품


입니다. 당연히 건강기능식품보다 더 강화된 심사과정을 통해서 허가를 받는 의약품입니다. 일반의약품 다이어트 약제에 많이 쓰이는 성분은 알긴산입니다. 알긴산은 수분이 닿으면 부피가 팽창해서 포만감을 유지한다는 기전으로 식사량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한의학 원료로 방풍통성산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건기식에서 언급한 성분들이 추가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약제의 포장에 써있는 효능 효과를 보면 <음식물 섭취 감소를 통한 체중감량(줄임)의 보조요법>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즉, 체중감량 요법이 아닌 보조 요법입니다. 일반의약품 설명에서 잠시 말씀드렸는데, 이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하더라도 큰 부작용이 없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약을 계속 먹었을 때 지속적으로 살이 빠진다면 이 약은 절대 일반의약품이 될 수 없습니다. 약간의 포만감을 더 주거나, 약간의 기초대사량을 올리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우리 몸이 가지는 항상성, 즉 체중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깰 정도는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살을 빼는 것을 좋은 성적에 비교한다면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것에 비교한다면 이러한 일반의약품은 조금 더 본인에 맞는 참고서나 문제집을 주어서 그 공부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준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위의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 모두 엄밀히 말하면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살을 저절로 빠지게 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을 빼고자 할 때 이런 보조요법의 도움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본인이 덜먹고 더 움직이는 기본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노력이 있을 때만 살이 조금은 더 쉽게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실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다이어트 약제들과, 이 약제들이 왜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었는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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