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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여행가 Apr 25. 2020

혁신의 아이콘 애플, 과연 혁신은 사라졌을까?

고객 중심 철학의 애플, 애플의 혁신은 놀랍게도 현재 진행형.

애플의 상징이자 애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팀 쿡 CEO가 애플을 이끌어간지 9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애플은 '혁신이 사라졌다', '디자인이 역행한다', '돈벌이에 집중한다' 등의 비난에 휩싸였지만, 그 논란과는 다르게 새 제품을 낼 때마다 성공하고 있다. 과연 애플의 혁신 DNA는 사라진 것일까?


애플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인류 역사상 이렇게 팬이 많던 브랜드가 또 있었을까?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과 같은 혁신 적인 아이템을 시장에 전파하며 애플은 혁신 그 자체, 시장을 이끌어가는 first mover이자 market maker가 되어갔다. 그와 더불어 스티브 잡스의 우여곡절 스토리와 혁신적인 Presentation 능력으로 '애플=혁신=스티브잡스' 공식이 생겨났다.


전 세계에 아이폰 바람을 불러일으킨 그 날, 스티브 잡스가 입은 옷들인 리바이스/뉴발란스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내놓은 제품이나 디바이스의 기능들은 최초도, 최초도 아닌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이팟은 애플의 감성을 담은 mp3이지 최초의 mp3는 아니다. 아이폰의 수많은 기능들도 그렇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극적인 연출을 통해 애플만이 그 기능을 오롯이 소화하고 애플만이 완벽한 최초의 제품인양 소개하였고, 소비자는 그에 매료되었다. 애플은 '혁신 그 자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끊임없이 쌓아왔다.

(지금은 테슬라 CEO 앨론 머스크가 그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세계 최초도, 세계 최고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고객들은 테슬라의 전기차가 가장 혁신적인 최초의 전기차로 인식하고 있다.)


휠 조작형 방식은 충분히 혁신적이었고, 아이리버는 단숨에 mp3 왕좌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디자인과 조작성을 제외한 음질 등의 기술적 측면은 아이리버가 좋았는데 말이다.



팀 쿡 이후의 애플, 과연 변한 것일까?

스티브 잡스의 고집 중 하나는 '3.5인치 아이폰'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한 손으로 조작하려면 더 작아도, 더 커서도 안된다는 고객 중심적인 이유 때문이다. 6인치가 넘는 휴대폰이 나오고 있는 지금, 애플은 장사꾼이 되어 버린 것일까? 나는 스티브 잡스가 지금 살아있다 해도 6인치 아이폰이 나왔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이폰 4가 나온 이후 이런 비난하는 짤들이 유행했지만, 결국 아이폰은 스마트폰 왕좌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애플의 고객 중심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며, 여전히 핵심은 고객이기 때문이다. 과거 3.5인치 폰에 집중하던 이유는 '조작성'을 위해 사이즈를 유지한 것이다. 당시에는 3g 혹은 4g 초기 시장으로 데이터 통신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으며, 유튜브는 지금과 같이 인기 있던 시절이 아니었으며(적어도 모바일 환경에서의 유튜브는), 넷플릭스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당시 스마트폰의 핵심은 메신저와 인터넷 서핑, 앵그리버드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므로 한 손에 가볍게 들고 다니는 portable 속성이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IoT의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함은 물론, 유튜브, 넷플릭스, 높은 그래픽 사양의 온라인 게임 등등 말 그대로 multi-media 역할을 하고 있다. 영상 중심 시대로 변화하면서 더욱 몰입감 있는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베젤을 계속 줄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배젤 1mm를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는 것에는 고객에게는 충분히 혁신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퍼블리, 브런치, e-book 시장의 성장도 다르지 않다. 디스플레이가 커지면서 책 읽기도 보다 용이해졌고 본격적으로 모바일로 텍스트를 보는 시대도 열린 것이다.

애플은 철학을 버린 것이 아니다. 고객의 변화에 따라 고객이 더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3.5인치로 기묘한 이야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기술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적 사고.

고객이 쓰지 않는 신기술은 아무리 혁신적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매장될 수밖에 없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직접 만든 신기술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시장의 반응과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제품/서비스를 공개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삼성도 갤럭시 이전 '옴니아'의 실패는 여전히 인터넷 짤방으로 돌아다닐 정도로 유명하다.

고객에게 설득되지 않고, 수치로만 보이는 기술적 혁신은 소비자에게 외면받기도 한다. (물론 옴니아는 그 이상의 문제가 있었지만..)


하지만, 국내 기업은 여전히 기술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LG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내기 위해 가끔은 100% 최적화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은데 제품을 일단 내고 보는 경향이 아직도 있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전략을 수정했는지 폴더블 폰에서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기 위해 무리한 런칭을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은 중국의 로욜이라는 기업에 넘겼다.


로욜의 폴더블 폰, '접는 기술'에만 의의를 뒀을 뿐, 접었을 때 사용 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모습이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캡슐-맥주 머신, 물론 기술도 훌륭하고 아이디어도 좋지만, 매우 니치 한 타깃만 포섭할 수 있어 보인다. 머신 400만 원, 캡슐 40만 원/개

 

하지만, 이후 보다 완성도 높은 플립 폰과, 감성을 담은 Z플립 등을 런칭하며 국내 유수의 매체와 고객에게 호평을 받았고, 이는 보다 고객 중심에서 기술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엔지니어에게 '고객 중심에서 기술을 바라보라' 요구하고, 공학도에게 마케팅 수업을 듣게 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고객 중심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기로 유명하다. 애플의 생태계를 구축해 '연결성'을 확보한 것도 그 예이다. 인터넷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데, 내 핸드폰과 노트북과 패드는 왜 다른 사용 환경을 갖고 있어야 할까? 애플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북-패드-애플 워치-에어 팟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끊임없는 고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아마 다음 step은 자동차로 연결이 되지 않을까 추측이 된다. 테슬라는 자동차도 전자기기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애플도 애플 카를 만들기 위해 개발 진행 중이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제작은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모빌리티 관련 프로젝트를 아예 폐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B2B 형태로 자동차 제조사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사업을 수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애플은 아이폰 자체인 hardware보다 플랫폼인 software가 더욱 핵심 자산인 기업으로, 자동차 사업도 그렇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가적으로, 애플의 고객중심적 사고와 혁신은 제품/서비스 이 외의 부분에서도 세심하게 나타난다. 오프라인 애플 스토어가 '구매 매장'이 아닌 '고객 체험 중심'으로 매장을 꾸리고 고객 동선을 치밀하게 계산해 인테리어 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서비스센터와 판매 매장이 분리되어 있는 대부분의 전자기기 매장과는 달리, 애플 고객은 애플 스토어에 방문해서 서비스를 받으며 다른 애플 제품을 보고, 느끼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구매'매장이 아닌 '체험'메장으로 포지셔닝 함으로써, 누구나 지나가다, 시간이 비면 방문하도록 만들었다. 삼성디지털플라자에 제품만 구경하러 갈 수 있을까?


또한, 홈페이지를 스크롤하면 끊김 없이 내용이 이어지는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원 페이지형' 웹사이트도 고객 중심적 혁신의 일환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품 설명을 보며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며, 아이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Don't Blink라는 제목의 애플 영상 광고는 말 그대로 눈을 깜박일 수 없게 만든다. 화려한 영상, 감각적인 영상이 주를 이루던 광고를 text로 채웠다. 넌지시 고객에게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text로 말 그대로 애플이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text형 광고와 리드미컬한 bgm으로 애플은 광고에서도 또 한 번 혁신을 한다.


영상 광고 맞다. text가 메인이 된 영상 광고를 통해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며 또 한 번 혁신을 보여주었다.

관련 영상 : https://youtu.be/jk6sz25OZgw



애플의 혁신은 오늘도 계속된다.

최근의 애플은 기술적으로 혁신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기술 중심적 제품 소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은 과연 혁신인가?로 하루 종일 싸우는 네티즌들도 많다. 하지만, 애플은 고객 중심적으로 끊임없이 작고, 크게 혁신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에어팟이 있다. 에어팟 이전에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었다. 에어팟 보다 더 좋은 차음성과 성능을 내는 블루투스 이어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은 에어팟 이후로 급속히 성장되어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들을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에어팟 출시 이후, 애플은 무선 이어폰 시장을 과점했음은 물론, 시장 파이 역시 배 이상으로 키웠다.


에어팟은 개인 음향기기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켰고, 에어팟 이후 많은 기업들이 무선 이어폰으로 사업을 본격 재편하기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에어팟은 애플의 브랜드 가치와, 전원 On/off가 필요 없는 혁신적인 UX 등으로 무선 이어폰 시장을 개척하고,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애플 워치의 경우 애플 페이 등의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조깅 문화가 발달한 국가가 아니라 다소 사용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는 애플 워치 역시 사용자의 생활환경과 일체화되어 기존 시계 시장의 아성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4/22일 기준 1.21조로 평가되고 있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애플은 '기술적 혁신'이 아닌 '고객 경험 혁신'으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다음 혁신 대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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