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 콘서트 <Goodbye, Hello> in 2022 Nell's ro
남자와 여자, 차가움과 따뜻함, 해와 달, 빛과 어둠… 상반되면서도 공존하는 것들이 있다.
두 번의 라이브를 겪은 밴드 넬이 내게는 그렇다.
<멀어지다>, <기억을 걷는 시간>,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같이 제 감성을 채워주는 곡들이 있는가 하면,
<All this fxxking time>, <Glow in the dark>, <Ocean of Light> 같이 락스피릿 충만한 곡들도 있는 넬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냉철한 이성을 가지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지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
20년 동안 멤버교체 없이 유지되고 있는 밴드,
곱씹어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가사,
다양하면서도 독보적인 선율,
그래서 누군가의 플레이스트에 꼭 들어가 있는 가수,
우리가 넬을 사랑하는 이유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감상평이 인상적이다.
‘넬 때문에 고비 넘긴 사람이 몇이나 될까’(Melon '뭘로해닉네임'님)
이번 공연은 오히려 그런 넬 멤버들의 고비를 넘기게 해 준 공연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이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우리, 보이지 않는 관객의 표정, 들리지 않는 함성과 떼창…
그 사라진 모든 것들을, 불완전하지만 어느 정도 차츰 되돌아가는 이 모습에 어느 누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베이스의 시작음에 기립하는 1층,
멋진 연주와 훌륭한 보컬에 화답하는 갈채와 환호,
호응유도에 박자를 맞추며 하나가 되는 이 모든 사람들
우리는 이 당연한 일상이, 그리고 공연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리고 조금씩 마주하는 이 당연한 일상이 너무나 소중하다.
돌아온 넬의 방에서,
시작하는 올해는 꼭 서로의 표정을 온전히 마주하기를,
완벽한 Nell’s Room이 되는 2023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꿈을 꾸는 우리가 되기를.
(개인적인 생각으로 part를 나누어 보았다)
Part 1.
Still sunset
2022년 8월 5일에 발매되어, Nell’s Room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곡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겐 고요한 석양”이라는 곡 소개마저 시적인 곡인데, 이 노래와 함께 폭죽을 터뜨린다. 가사를 다시 곱씹어보면,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화자가 이 공연을 기다린 넬 모습 같기도 하다. “눈물 고인 눈가에 네가 대신 맺힐 수 있게”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단조로 변주되어 묵직하고도 결의에 찬 느낌이 들게 하였다. 오프닝에 맞춰 편곡한 것 같다^^
현실의 현실
제목부터 가사까지 전부다 현실적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곡이다. 두 번째 곡으로 연주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마몬으로”라는 소절을 좋아하는데, 어른이라면서도 아직도 서툰 우리들이 마주하게 되는 민낯이 아닐까 한다. 정규앨범 3집 곡으로, 유명한 <마음을 잃다>와 <Good Nignht>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의 다른 수록곡이다.
Home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Home>이다. 밝고 경쾌한 사운드에, 추억을 지닌 이의 낭만을 드러내는 인상적인 곡이기 때문이다. 특히 ‘You were my home’이라는 가사가, 2절 간주 후 3절 시작 시 ‘You are my home’으로 변화하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과거형이었으나 현재인,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단 것만으로 또 기억만으로도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존재. 소중한 이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겠지만, 아티스트와 팬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넬이 잠 못 들던 나를 꿈꾸게 했으니까.
이번 공연에서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간주 영상을 통해 시각적 효과를 완성했다.
Dear Genovese
Genovese Syndrome(방관자 효과) 사건에 대한 노래다. 범죄장면을 38명이 목격했음에도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인데(52년 후에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나에게 용기를 줘’라는 가사가 배경을 알고 들으면 더 돋보이는 그런 곡이다. 어쨌든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건이 냉혹한 도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만큼, 도심을 관통하는 듯한 영상을 배경으로 삼았다.
유희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의 더블 타이틀 곡 유희다. 밝고 신나는 선율이면서도 상대를 유혹하는 듯한 매혹적인 곡이다. 2021 season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욱 신나는 건, 이젠 떼창과 함성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냥 아무 말 없이 날 안아줘’도 좋지만 필자는 곡 후반부의 ‘슬프지만 아름다워 그대잖아’라는 가사가 돋보인다((티케팅 못해서) 슬프지만 아름다워 넬이잖아). 가사만 봤을 때는 같이 있자며 조르는 구애의 모습 같지만, 9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왜 슬프다는 표현이 있는지 아시리라 생각한다.
덧붙여서, 앨범소개에는 없지만 9집 <Moments in between>의 화자는 둘이 아닌 셋이라고 생각하고 정주행 하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난 2021 season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그 얘기를 듣고 소름돋았었다…변태다 변태 김종완…
환생의 밤
정규 6집 <Newton’s Apple>의 수록곡이다. 언뜻 들으면 좀비가 깨어나는 듯한(?) 노래 같기도 한데, 저는 윤종신의 <환생>의 넬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을 만나고 다시 태어난 것만 같다,라는 낭만적인 말을 기타 사운드와 신디사이저의 반복으로 점점 고조되게 하는 밴드의 리드미컬함으로 다채롭게 표현이 되었다. 차가운 심장이 다시 숨 쉬게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여는 너. ‘불가능할 거라 믿어왔던 영원이 내 손안에 살아 숨 쉬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표현 같다 :)
정사각형의 공간감이 들게 하는 영상을 사용하였다. 이후 인터뷰에서, 김종완은 확장되어 커지는 감정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Burn
다 불태워버리라는 의미심장한 곡, <Burn>이다. '같잖은 말에 놀아나지 말고 너의 소릴 들어'라는 가사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불에 타서 붕괴되는 디스토피아적 영상을 사용하여 곡의 분위기를 한껏 드높였다.
Part 2.
어떻게 생각해
잔잔하면서도 곱씹어볼 수 있는 곡, <어떻게 생각해>다. 공연에서 자주 하지 않는 곡이라 반가웠는데, 가사가 매우 철학적이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다.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의 무게 열리지 않는 마음 어떻게 생각해'라는 가사와 '평행 그저 바라볼 뿐 끝내 서로 닿을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이 노래를 기점으로 잔잔한 분위기의 part2로 접어든다.
The Ending
앞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5집 수록곡 <The Ending>이다. 공교롭게도, 제목과는 달리 앨범의 1번 트랙으로 실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거라고 생각해 닮아질 수 없었던 것뿐이라고 생각해' 말 그대로 관계의 Ending에 관한 곡이다. 묘사하고 있는 노랫말이 앞에 곡과 어울리기에 셋리스트 순서가 조화롭다.
Sober(★)
필자가 꼽은 이번 콘서트의 최고의 무대, <Sober>이다. 21년에 발매된 <Moments in between>의 수록곡이다. 곡이 시작되고, 원곡 자체에 깔려있는 빗소리가 인공비로 천장에서 나올 때부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닥이 흥건해진 게 보여서 놀랐다. 뒤에 배경으로 있었던 하늘이 '우릴 기억해 줘요'라는 2절을 끝으로 브릿지 구간에서 맑게 개는 모습으로 변화하며 곡과 공연을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Sober'라는 단어는 '술 취하지 않은, 냉철한, 진지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동사로서는 '정신이 들게[냉정해지게] 만들다, 냉정[진지]해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노래에서는 빗속에서 지난 추억을 아련해하다 정신을 차려가는 모습을 그린게 아닐까, 또 그런 상황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갔었던 2021 Season에서는 이런 무대효과를 볼 수 없어 더 극적으로 느낀 것 같다. 너무나 좋은 연출이었다.
위로危路
2021 Season에서 '위로'는 '위험한 길'을 말한다며, 앞서 말한 대로 '사실 이 앨범의 화자는 셋이다'라고 언급한 곡이다. 그 관점에서 보면 노래의 제목과 선율이 이해가 된다. 후반부로 가서 절정으로 치닫는 멜로디 라인과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곡이다. '끊어내야 해'라는 코러스가 폭발하는 연주와 큰 조화를 이루어 좋아하는 곡이다. 마찬가지로 part2의 전반적 분위기와 맥락이 닿아 있는 셋리스트이다.
기억을 걷는 시간(★)
넬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곡, '기억을 걷는 시간'이다. 필자가 나눈 part2의 마지막 곡인데, '아직도'라는 도입부만 들어도 뭔가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몰입이 있는 곡이다. 노래 몇 소절 이후 관객석으로 걸어와 2층 계단까지 올라가 담담하게 명곡을 노래한다. 지난해 9월 모친상을 당했던 김종완은 발인 다음날에도 '2022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참석하여 관객과의 약속을 지켰는데, 생전에 어머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던 곡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알고 공연을 보니, 기억을 걷는 시간의 주인공이 어머님으로 느껴져 더 슬프게 느껴졌다. 특히 후렴구 '가슴이 미어져'의 애드리브는, 어쩌면 본인의 이야기가 아닐까 해서 너무 먹먹해졌다.
Part 3.
Hopeless Valentine
"내가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 혹은 그때 느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에 관한 곡"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 호의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을 묘사한 곡이다. Valentin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김종완답지 않나 싶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라는 후렴구가 내내 맴도는 중독성 있는 곡이었다. 우주 같기도 하고, 소용돌이 같기도 한 몽환적인 미디어가 곡의 분위기를 배가 시키는 것 같다.
무홍(★)
'찬란한 슬픔'이라는 말. 가장 많이 배웠던 역설적 표현이다. 필자는 그것을 노래로 승화시켰다고 하면 이 곡을 꼽고 싶다. 안개무지개라는 뜻의 무홍, 아무래도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 눈물이 차오를 때 두 눈에 맺히는 무지개를 의미하는 것 같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엔 두 다리가 잘린 저 무지개'라는 표현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흐르는 눈물이 아름다운 무지개의 다리마저 잘린 것으로 보이게 한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엔 슬플 때만 보이는 무지개'만큼이나 슬프고 힘든 일을 밝은 멜로디로 풀어버리려는 게 아닐까 싶다.
슬슬 공연의 텐션을 끌어올리며, 분위기를 띄우는 명랑한 곡이다. 특유의 '무심코' 발음이 귓가에 내내 맴도는 명곡이다(무쓈코올뤼ㅕ다뽄 하느뤠엔).
All this fxxking time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왠지 브릿팝 느낌이 드는 곡이다. 베이스가 깔아주는 선율이 무언가 예전 팝사운드 같았기 때문이다. 'My soul’s burning out'부터 'Was I hypnotized for all this fucking time'에 이르기까지 가사 자체도 락스피릿이 충만하다. 제목부터 느껴지지 않는가? 'Cliff parade'와 함께 라이브 하기 너무나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Glow in the dark
듣자마자 이게 락이지 싶은 곡, <Glow in the dark>이다. 어두운 분위기는 물론, 내지르는 사운드와 압살 하는 가창력은 공연장을 후끈 달아오게 만든다. 락 그 자체의 곡인데, 21년 7월 발매로 나온 지 얼마 안 된 곡이다. 발매 이후에는 매 콘서트마다 쓰이는 곡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Ocean of Light(★)
넬 라이브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명곡, <Ocean of Light>이다. 박자에 맞춰 박수도 잘 쳐야 하는데, 필자가 엇박으로 잘 못 쳐서 일행이 비웃었었다ㅠㅠ 노래 자체가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다 같이 기립한 1층과 모두가 환호하는 분위기가 너무나 신났던 명곡이다.
백색왜성(★)
저는 이 명곡의 라이브를 처음 들어봤는데,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울부짖는듯한 가성과 합을 이루는 밴드 사운드, 특히 드럼이 인상적이었다. 25살에 이런 기가 막힌 곡을 만들었다니, 대단해서 말이 안 나온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1절은 진성으로 본래의 목소리에 가깝게 내리깔아 읊조리듯 부른다.
미디어는 별들이 모여있는 광활한 우주의 배경으로 시작하고, 조명은 '초록 비가 내리고'라는 파트에서 초록색 조명으로 위에서 아래로 마치 비처럼 내리쬔다. 동시에 '파란 달이 빛나던'에 맞춰 윗조명이 푸르게 변하고, '온통 보라 빛으로 물든 나의 시간에' 가사에 맞춰 모든 조명은 보랗게 변주한다. 조명장인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후 별의 생애를 묘사한 듯한 가사를 그대로 구현한 미디어 아트가 계속하여 재생되며 곡의 몰입감을 고조시킨다.
끝자락에 이르러서 계속되는 김종완의 애드리브는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정말이지 최고의 무대였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라이브를 들으시는 걸 추천한다.
꿈을 꾸는 꿈
'꿈속에서만이라도 꿈을 꾸자'며 노래한 마지막 곡이다. 점점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일상적으로는 부정적인 말로 소비하고 마는 우리는, 그럼에도 꿈을 갖고 꿈을 꾸자고 김종완은 말한다. '꿈이 없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곡 소개처럼, 2023년에는 모두가 꿈꾸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 곡이었다.
넬을 무척 좋아하는 일행과 함께하는 첫 넬 콘서트,
필자에게도 의미가 무척이나 깊었다.
새해의 첫 시작을 넬 콘서트로 해서 많은 기와 에너지를 받고 가는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또한 올 한 해 잘 풀리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건강하고 꿈꾸는 2023년 되시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더 열심히 활동하는 정매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