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노트
걷고 또 걷다 보니 낯설고 어두운 길에 들어섰다.
멀리 보이는 불빛을 향해 다시 뚜벅뚜벅.
우직한 가로등 불빛이 오랜 친구마냥 반가웠다.
전봇대 옆에 놓인 나무상자가 눈에 들어올 일 없건만
차갑게 반짝이는 눈망울이 걸음을 붙들었다.
“너는 왜 거기 숨었니?”
길고양이가 피하지도 않고 나를 노려본다.
반짝이는 것만 같았던 눈망울이 어느새 매섭게 쏘아보는 눈초리가 되어
살짝 무서움을 느꼈다.
이 놈 보게, 하며 미간을 좁혀 같이 노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녀석도 무서워 떨고 있는 건 아닐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쉬고 있는 중이었을 텐데,
괜스레 미안해졌다.
고요한 시간을 방해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한 건
녀석이 아니라 바로 나였을 지도 모른다.
내 입장과 감정을 넘어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헤아리고 살피는 것이 중요함을
길고양이를 통해 배운다.
갈게.
잘 지내다 또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