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멀어지려 합니다.

망가진 저를 다시 세우고 싶습니다.

by 벨에포크

"그걸 저한테 얘기하면 어떡해요. 저도 너무 힘들어요. "

"그래 알았다. 됐다 마."

"제가 힘들다는 얘기 안 하니까 저는 괜찮은 줄 알죠? 이렇게 참고 사는 게 정말 고통스러워요."

"나도 니 말 듣고 여기 올라온 거 진짜 후회한다."

그리고 엄마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통화 중 화가 날 때는 다자고짜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는 엄마의 행동은 알고 있지만 이번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며칠 전에도 같은 말을 하며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렸던 엄마. 또다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그 책임을 자식에게 돌리며 폭주한다.


당장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참고만 살며 쌓았두었던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휴대폰을 멀리 두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개수대에 쌓여 있는 그릇을 설거지하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지거리가 쏟아졌다. 대학교 때부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 그래도 자식 노릇을 하겠다며 돈을 바치고 그녀의 감정 쓰레기들을 받아왔던 일들의 종착점이 다시 원점이라는 깨달음에 가슴 깊이 쌓여 있던 분노가 목구녕을 타고 올라와 짐승 같은 울분으로 쏟아졌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자식과 부모라는 끈질긴 인연으로 내 삶은 망가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도록 꾸역꾸역 살아왔으나 조금씩 숨겨왔던 내 안의 응어리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고 겨우 진정해서 멍하니 방안을 바라보고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내가 미안하다."

엄마의 메시지였다.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 감정은 엄마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당장 나도 문자를 보내 사과를 할까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착한 자식으로 살려다 내 마음도 병들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아니다. 최근 20여 일 동안 이런 태도로 나를 힘들게 한 엄마다.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날 오랜 시간 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엄마와 멀어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