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을 쓴 지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해결되기 힘든 부모와 관련된 일들은 여전히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애쓰며 버텨야 했다. 20년을 넘게 겪어 왔던 상황들이 비슷한 듯 다르게 다가왔으며 그 과정에서 좌절과 분노를 느끼면서 결국 이 일은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이 아나라 엄마께서 선택하신 일이고 책임의 몫도 엄마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화가 나면서도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엄마를 도와주고 챙겨줬기에 엄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일어설 경험을 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일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그게 내가 살 길이다.
나처럼 부모로 인해 고통을 받고 사는 어떤 이가 쓴 글에서 '정상적인 부모는 자식이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바라고 응원하지 너만 잘 살면 되냐는 식으로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내 삶을 열심히 가꾸며 사는 것에 질투를 느끼고 죄책감을 갖게 만들었다.
'너만 그렇게 평온하게 살면 되니? 궁핍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는 내 삶도 같이 구죄해 줘야지'라는 생각을 항상 내비쳤다. 엄마의 가난한 삶은 나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가난한 집에서 고군분투하며 직업을 갖고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나를 대견해하고 응원해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