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칠순 생일날 식사할 식당을 알아보는 단계에 있던 시점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엄마와 아이들을 데리고 근교의 대형카페로 나들이를 갔다. 엄마가 좋아하실 만한 장소를 열심히 물색한 후 간 카페였다. 다행히 카페가 예쁘다며 오랜만에 미소를 띠시며 즐거워하셨다. 잘 꾸며진 카페 외부의 정원에서 모두 함께 사진도 찍었다. 얼굴이 환해진 엄마를 보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지고 불안감이 옅어졌다.
좋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기분 좋게 차와 디저트를 먹으며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엄마 2주 뒤에 있을 엄마 칠순 생일에 우리(엄마와 형제)끼리 식사하러 가는 걸로 한 거 아시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엄마는 바로 답을 하지 않으시고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셨다.
내가 대답을 기다리자
"밥 안 먹도 된다."
"...... 네? "
"동생도 멀리서 와야 되고, 됐다 마. 그냥 용돈이나 쫌 도고."
엄마의 말은 분위가 좋았던 상황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당황스러움을 숨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00만 원으로 임플란트를 해 줬는데 설마 또 용돈을 바라진 않겠지? 했는데 역시나... 이 말을 다른 형제들에게 어떻게 전하지...'
설마 하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엄마의 예상 행동은 이내 현실로 다가와 나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엄마가 약속과 달리 칠순 생일에 우리와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는 아마 이럴 것이다.
1. 엄마가 원하는 칠순 생일은 우리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아빠, 언니네 가족과 우리 가족 모두(형부, 남편, 아이들), 남동생까지 다 모여서 집에서 하거나 식당에서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친척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엄마는 자신의 칠순 생일날 자식들이 해 줬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우리 형제가 엄마의 임플란트를 300만 원을 주고 해 주었지만 정작 엄마는 생일날 본인 수 중에 들어오는 현금은 없는 것이다. 엄마는 임플란트 치료비 지원과는 별개로 세 명의 자식들에게 돈을 추가로 더 받고 싶으셨다.
3. 단출하게 우리 형제와 엄마만 식당에서 칠순 기념 식사를 하는 것은 성에 안 찰뿐더러 그렇게 식사할 때 드는 돈이 아깝다. 차라리 그 돈을 쓰지 말고 엄마에게 현금으로 주길 하는 마음이다.
4. 그래서 결국 식사를 하지 말고 식사할 때 드는 돈에다 형제들 각자 돈을 더 보태어 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 명의 자식들에게 돈을 끊임없이 바라고 요구하는 엄마의 행동 패턴을 생각했을 때 엄마의 사고 과정을 이렇게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날 엄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고 엄마의 반복되는 이런 행동들을 부정하고 싶었다. 엄마의 말을 다른 형제에 전달해야 했고 그 말을 다시 곱씹으며 엄마의 칠순을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지 다시 고민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