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상의 주파수가 맞지 않을 때

내가 이 세상에서 겉도는 느낌이 드는 날

by 벨에포크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어제 운동을 많이 했고 늦게 까지 이런저런 글을 보며 늦게 잔 탓에 아침에 9시 30분이 다 되어서 일어났다. 헬스장을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아이들 아침을 차려야 했다. 뭘 차려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할 때부터 힘이 들었다. 그냥 집에 있는 볶음밥으로 차리고 남편은 떡을 구워서 주웠다. 매번 늦게 까지 자고 아이들 밥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배우자는 참 게으르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어떤 날은 그런 감정이 무척 크게 느껴져서 내가 집안의 하인이 된 것 같고 배우자보다 적게 버는 내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애써 위안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기분이 더럽다. 부부 사이에도 경제 능력에 따라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타인에게 이런 말을 하면 분명히 욕을 얻어먹겠지? 그런 사람이랑 왜 사냐고... 그래서 이런 감정은 글로라도 배출해야 그나마 살 것 같다. 암튼 그래서 난 아침으로 닭강정과 떡, 커피를 먹었더니 속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틀 동안 사정이 있어 집에만 있다가 오늘은 외출을 했다. 가족들과 박물관에 가서 관람을 하고 돌아오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나서 허전하고 속도 안 좋고 해서 일상의 재미가 확 내려가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 집에서 별다른 자극 없이 있어서 그런지 영 주파수가 맞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 들어 힘이 들었다. 마치 방학 후 잔뜩 들떠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기대를 하다가 며칠 사이 바로 의욕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재미도 없고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감정 말이다.


난 몰입과 집중의 순간이 필요하다. 나의 하루 에너지를 충분히 소진하고 내가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주파수가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이 세상에 번지수를 잘못 찾아와 정처 없이 둥둥 떠 다니는 것 같다. 그런 감정이 들면 모든 게 다 허무해지고 의미가 없어진다. 내일이 지나면 괜찮아지길 바란다. 게다가 속도 안 좋고 배도 고프지 않으면 더 그런 것 같다. 먹는 것을 줄이고 저녁 식사 후 단식 시간도 늘려야겠다.


다행히 헬스장에 가서 본 영화가 일상의 주파수를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감동 깊게 본 영화는 일상의 나의 몰입도를 높여 주었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이 글은 2~3년 전에 써서 브런치 서랍장에 지금까지 저장해 둔 글인데 지금이라도 발행해본다.>

작가의 이전글4. 부모 말고 이제 내가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