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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Dec 26. 2020

[넷플릭스 리뷰] 인만추는 누구나 어렵다 - 매치메이킹

어서와, 가족 소개팅은 처음이지?

올해 4월부터 6월. 생활에 필수적인 곳을 제외하고 싱가포르는 락다운이 되었다. 살면서 이렇게 고립이 되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정말 외로웠다. 일주일에 한 번이던 부모님과의 통화는 격일이 되었고, 친구들에게도 자주 전화를 걸었다. 데면데면한 하우스메이트에게 괜히 뻔한 질문을 건넬 정도로 사람이 그리웠다. 혼자서 밥도 잘 먹고, 바에 앉아서 술도 먹고, 씩씩하게 해외여행도 다녔던 나였다. 다들 너는 혼자서도 잘 살거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행복할 자신이 없어졌다. 락다운만 끝나면, 격일로 데이트를 하겠다는 결심은 3개월 동안 단단해져갔다. 나는 싱가포르에 친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소개를 받는 것은 어려웠다. 올해는 영락없이 재택근무를 해야 했기에, 회사에서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다. 자만추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택도 없었고, 인만추 (인위적인 만남 추구) 만이 답이었다. 그렇게 데이팅 앱을 깔았다.      


열심히 스와이프를 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데이팅 앱들은 상대의 프로필을 앨범처럼 넘기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사진을 휙휙 넘기는 걸 스와이프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한국보다도 치안이 엄격하기 때문에, 연고가 없는 타지임에도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      




앱을 까는 건 10초면 됐지만,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선 매칭이 되어도 대화가 흐지부지 끊기거나,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은 뉴욕에서 온 금융권 종사자와 매칭이 되었고, 뉴욕을 좋아하는 나는 커피 마시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그럼 나랑 잘거야?’였다. 나름 개방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자부했지만, 벙찐 나 자신을 보면서 나는 영락없는 유교걸임을 깨달았다. 데이트에 나가도 딱히 끌리지 않아서, 의례적인 취미, 직업 등에 대한 질문만 주고받다가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연락을 끊은 경우도 있었다. 설레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매우 드물었다. 락다운 동안 쌓였던 데이팅에 대한 기대가 파사삭 식는 것 같았다. 나만 이렇게 데이팅이 어려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나라는 어떨까?     


그때 나를 사로잡은 건 넷플릭스의 쇼 리얼리티쇼 ‘매치메이킹 인디아 - 중매를 부탁해’다. 이 쇼에 등장하는 싱글들은 주로 미국에 살고 있는 인도인들이다. 이들은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인이지만, 결혼을 할 때 상대의 출신 지역이나 카스트, 별자리도 고려할 정도로 뼛속 깊이 인도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실제로 CBS 뉴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도가 점점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90%의 결혼은 중매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그만큼 맞선 문화가 대중적이며, 인도에서 결혼은 큰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시마는 뭄바이에서 손꼽히는 중개인으로 등장하는데, 그녀는 135명의 가족을 매칭한 전문가다.




시마는 직접 의뢰인에게 찾아가고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대화하며 집안의 분위기도 살핀다. 인도 중매 문화의 독특한 점은 바로 가족들이 이 과정에서 깊게 개입한다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 가족들이 함께 동석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가족이 상대방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면, 이어지기 힘든 경우도 보인다.

상대를 선택하기 전에 이력서와 비슷한 Biodata 가 오간다
첫 만남에 가족이 동석하기도 하는 것이 가장 신선했다! (물론 나라면 너무 싫을 것 같지만...)

     

첫 3화 동안에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나디아, 아파르나, 그리고 프라두만. 프라두만은 재벌 2세 마냥 부내가 물씬 나는 남자다. 번듯한 외모에, 보석 세공, 디자인을 하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게 해주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쿨하고, 선한 편이며, 매력 있다. 파인 다이닝 요리에도 능하다. 화려한 드레스 룸을 자랑할 정도로 옷도 잘 입고, 몸도 좋다. 그런데 눈이 저어엉말 높다. 단순히 예쁘거나 조건 이상으로 통하는 느낌을 찾는 건데, 그가 데이팅을 하면서 애초에 그가 찾는 여자는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50명을 소개 받았는데 다 거절했다고 할 정도니.      


인도에서는 혼인을 가족이 함께 결정하는 중대사로 보기 때문에  눈이 정말 높은 프라듀만에게 누나는 뼈를 때리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너를 위한 공주님이 어디 있니? 너는 진짜 자기중심적이야. 한번만 보고 어떻게 아니? 상대에게도 서로 알아갈 기회를 줘야지” 고집이 강한 프라듀만에게 저런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일찍한 누나는 프라두만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단연 아파르나다.      



"어렸을 때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기대하며 바쁘게 살아왔어요. 그리고 변호사가 되었죠. 이제 가정을 꾸리고 싶고, 저를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해요. 아, 솔직히 제가 상대방에게 더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바꿔야 할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겠죠?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이젠 바꿀 수 없는 걸요“     


이파나는 본인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라서 고집이 세고 상대에게 곁을 잘 내주지 않지만, 후반부를 향할수록 조금씩 아집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한다. 가차 없는 성격이 설정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가 솔직해서 좋았다. 세상에 착하고 밝고 따뜻한, 누가 봐도 사근사근한 나디아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매치메이킹을 보면서 느낀 것은, 파트너에 대한 너무 큰 기대를 갖고 나에게 맞춰주길 바라는 환상을 갖는다면, 연애가 험난하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자기계발에 매진해서 스스로를 최적화 시키더라도,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가진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스스로에게 기준이 높을수록, 상대에게도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결점을 찾게  된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처음부터 찾기 보다는, 서로 알아가자는 마음으로 시작 하는 것이 오히려 쉬운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연애를 잘 시작하고 자신과 꼭 맞는 연인을 찾는 친구들은 상대의 장점을 찾는 데 능했다. 그리고 그 장점에 콩깍지가 쓰여 사랑에 빠져버렸다.      


인도의 결혼, 데이트가 궁금하다면, 매치메이킹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 먼저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에 솔직했고, 첫 데이트 때의 어색함이라던지 서로 안 맞는 부분 들도 솔직히 드러나서, 실제 데이트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이벤트 플래너, 변호사, 보석 세공가 등 다양한 직업과 확고한 성격의 주인공들이 나와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족들이 함께 등장해서인지 다른 리얼리티 쇼와 비교할 때, 주인공들이 더 꾸밈없어 보이는 점도 묘미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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