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meme)보다는 조금 긴.
미국에는 인도 사람들이 참 많다. 회사생활에서는 백인들을 위주로 보는 '독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와서 공부를 하건, 일을 하건 인도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건 이제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어딜가도 중국인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만, 생각보다 인도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는 셔틀버스가 운행하는데, 오늘 아침 그 셔틀버스에 내 몸을 실으려는 순간 수많은 인도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놀랐다. 그들도 나처럼 전철을 타고 뉴욕으로 가려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엊그제까지 살던 그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층에도 인도음식의 냄새가 항상 났고, 1층 파티룸은 항상 인도사람들의 어떤 파티로 예약되어 있곤 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인도사람은 세 명 정도가 있다. Shane, Abbi, 그리고 Kruti.
1) Shane은 업무 중에 두 어번 함께 일했던 클라이언트였다. 속사포 같은 말로 정신없이 많은 걸 설명해주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난 혼미해졌었다. 똘똘한 직원이었다.
2) Abbi는 같은 층에 살던 같은 회사 사람이었다. 그 친구가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석사를 했고 키와 외모 모두 훤칠한 인도미남이었다. 종종 우리 집에서 다리미를 빌려갔다.
3)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함께 오랫동안 일한 Kruti. 약간은 철없는 공주병이 조금 있는 부잣집 딸 인도계미국인이다. 테슬라를 태워주기도 했다. Kruti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보다도 더 심한 가족모임과 가족행사들로 인도문화를 물씬 풍기는 친구다. 좋은 대학도 나왔고 영리함이 느껴지지만, 늘 집에 갈 궁리를 하고 항상 본인의 부유함을 내 자리에 와서 조잘댄다(어디어디 여행을 다녀왔다든가, 사촌이 사업을 몇 개 한다든가 등).
최근에 옆 부서에서, Asia를 주제로 Cultural event를 하였는데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걸로 세팅을 했다. 한국에 대한 나의 발표준비가 적절해 보이는지 Kruti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의 첫 대답은 '왜 인도는 안하지?' 라는 말이었다. 인도가 아시아니? 라고 되물을 뻔 했으나, 겨우 평정심을 유지했다.
나 스스로도 그렇듯, 인도는 뭔가 아시아로 카테고리를 묶기에는 약간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게 뭔지는 나야 모른다.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는 쉽게 친해졌던 반면에 인도 or 인도계 미국인과는 쉽게 관계를 형성하지를 못했다. 내 주변을 보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인도인 직장상사나 인도인 교수로 인해서 고생을 하는 경우도 두어 차례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에 대한 거리감 혹은 약간의 디쓰를 하는 것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왜냐면 인도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특히 미국 비즈니스 분야에서 C-level에 인도인들이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할 때 그들의 발음은 이상하지만, 영어는 인도의 상용어다(힌디어가 약 40%). 그러니 그들의 영어구사력은 우리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어디서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특성도 한 몫 한다. 그리고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님이 어디선가 얘기했 듯이, 인도인은 온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오기 때문에 그들의 절박함(먹여 살리기 위한)은 우리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다.
오늘도 회사에서 교육을 듣는 데, 내 옆옆에 앉은 인도아저씨가 파워포인트 슬라이스가 넘어가기 바쁘게 여러 질문들을 강사에게 쏟아내는 것을 보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한국인(나...)과 대조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인도영어(영문학계에서 인정되는 미국영어, 영국영어, 호주영어 그리고 인도..영어)를 respect하고 좀 더 귀에 익숙하게라도 해두는 게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