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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察). Roadkill(로드킬)

짤(meme)보다는 조금 긴.

by Taster

미국에서 자동차는 신발에 비유된다. 신발과도 같은 자동차를 매일 몰고 출퇴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Roadkill을 당한 짐승들을 볼 수 밖에 없다. 마주치는 정도가 아니다. 차에 치인지 얼마되지 않은 녀석에서부터, 꽤나 오래되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짐승들도 본다. 그렇지만 이 정도만 알고 있다면, 그건 아마 미국에 '출장'정도 와 본 경험치일 것이다.

매일 차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조금 더 드라마틱하거나 자극적인 것들도 보게 된다. 로드킬된 짐승을 쪼아 먹고 있는 독수리를 마주칠 수도 있고, 차에 치이고서 마지막 생명을 붙들고 있는 생명을 마주하기도 한다. 같은 위치에 늘어져 있던 고운 털을 가졌던 사슴이, 여러 달을 지나면서 어떻게 자취를 감춰가는지도 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아마 내 경험치는 이 정도인 듯 하다. 최근에는 늦은 밤, 2차로로 달리던 중, 1차로에 멍하게 서 있던 사슴을 본 기억이 있다. 아직은 운전하다가 사슴을 치는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밤길에는 특히 조심하며 운전한다.

미국 전역에서 1년에 로드킬을 당하는 사슴의 숫자는 120만 마리쯤 된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사람들은 이 로드킬 당한 사슴을 먹어도 되냐고 질문하기도 한다(Fresh하다면, 오히려 먹는 게 좋은 처리방법이라는 것).

보조석에 앉아 있다가,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의 아내는 안타까운 신음을 내곤 한다. 반면에 나는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실리적으로는 이 사슴이 죽은 위치쯤 되면 사무실까지 10마일 정도 남은 것이라고 기억하는 이정표로 삼기도 한다. 약간 creepy하긴 하지만, 1년 넘게 오가는 출근길에서 볼 수 밖에 없었던 한 사슴. 자취를 감춰 흙으로 돌아가는 어떤 사슴의 모양은, 생명이 목숨을 다하고서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를 덤덤하니 알려준 것 같다. 안보려 해도, 꼭 거기 가면 시야에 들어왔던 그런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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