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이지만 그 '익숙한 태국' 정도는 개개인 차이가 클 것입니다. 3박 4일 패키지로 다녀오신 분,
친구끼리 혹은 커플의 일주일 자유여행,
나 홀로 한 달 배낭여행족 등
개인의 여행 경험치는 다양합니다.
그럼 어디를 갈까요?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 빠이, 푸켓, 크라비 등등 들어보거나 익숙한 곳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후 여행유튜버의 급격한 증가로 여행 장소의 다양성이 확장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한국인들이 가는 곳이 비슷합니다.
이 글을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는 장소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Sitting meditation (걸으며, 누워서, 앉아서 하는 3가지 명상 종류가 있다.)
이런 분에게 추천:
일상의 당연한 것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하고 싶은 분
편안한 여행보다 경험주의를 추구하시는 분
대자연의 평온함 속을 맨발로 걷고 싶은 분
명상과 호흡으로 마음을 차분히 하고 싶은 분
정보제공자, 넌 누구니?
약 30개국 나 홀로 배낭여행족, 특히 좋아하는 태국은 23년 하반기 3개월 체류 및 다수 방문함
그럼 1편의 장소를 안내합니다.
이름: 왓 파 탐 우아 (Wat Pa Tam Wua)
특징: 명상하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가는 길:
1. 치앙마이에서 3시간 미니밴 타고 빠이(Pai)로 갑니다.
2. 빠이 버스정류장 (정류장 1개임) 2분 거리 코너자리 Yellow mini bus 타는 곳으로 갑니다.
3. 1시간~1시간 반 정도 구불구불 산길을 달리면 도착합니다. (사진참고)
장점: 무료로 최대 10일간 체류 가능, 음식과 옷, 잠자리 모두 제공됨, 머리 비우기 최적의 장소
태국 북부 빠이(pai)에서 장기체류여행 중이었다. 7년 전에 처음 왔을 때는 한국사람들은 거의 모르는 곳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예능에 나오고 나서 제법 많아졌다. 그러나 멀미 나는 S자 코스의 드라이브가 필수인 루트밖에 없어서 그런지 아직도 패키지 관광버스는 없고,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인 특유의 바이브는 유지하고 있다.
빠이에서 세계 각국의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그 인연들을 통해 정보와 추억들을 주고받았다.
오늘 소개하는 나의 최애 장소 중에 하나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이름이 아직도 헷갈리지만 Wat이 절(템플)이라는 뜻이다.
왓 파 탐 우아
당연한 것인가 내게만 당연한 것인가
소중한 화장지
검정 개미는 괜찮아, 빨간 개미 아니면
맨발의 워킹 메디테이션(meditation)
마지막 식사는 오전 11시
나에게 이곳을 소개해준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You should bring your towel."
대부분 숙소에서 타월이 제공되는 익숙함에 난 개인수건이 따로 없었다. 덕분에 따로 챙겨갔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더 중요한 것을 말해주지 않았다. 화. 장. 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했고, 깊은 산속에 있는 그곳에서 화장지는 팔지도 않았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 본인이 필요한 개인 화장지는 사 와야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했을까?
좀 과장해서 난 휴지 베깅(begging)을 할 수밖에 없었고, 운 좋게 두루마리 화장지 한 통을 얻었고, 6일 동안 잃어버리지 않게 소중하게 아껴서 사용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지가 '마이 프레셔스'가 된 경험이었다.
템플에 있는 동안 화장지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의 고마움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클리쉐를 스스로 실천하게 되었다.
산 속이었고 우기여서 벌레는 더 많고 다양했다. 털 달린 것, 다리 많은 것, 시끄러운 것, 기발한 것 등등
그리고 나에게 더 이상 개미 레벨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검정 개미는 불편하지도 않았고,
빨강 불개미는 피하면 되었다.
벌레말고 예쁘고 매우 큰 달팽이도 있다. 불편 허용치의 레벨업
20년 가까이 서울 한가운데에서 살았던 내 일상은 편리하고 깨끗했지만 좁았다.
직장과 집이 가까워서 편리했지만 경험치는 좁아졌다. 조금만 불편해도 더워서 추워서 예민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적 풍요로움 대비 낮은 행복지수의 원인 중 하나도 이것이라 생각한다.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는 나의 역치의 성장은 기쁨이었다.기분 좋았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으니까.
이곳 템플에서 명상하는 방법은 3가지다.
sitting meditation (가부좌로 앉아서 내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
walking meditation (걸으면서 내 발바닥의 촉감에 집중하는 명상)
lying meditation (누워서 잠들지 않게 고군분투하는 명상)
그중에서 나는 맨발로 아름다운 자연을 걸으며 명상하는 워킹 meditation이 가장 좋았다.
우기여서 비 오는 날이 많았는데 우산을 쓰고 맨발로 걸었다. 다 같이.충만했다. 그 감사함이.
Wild acceptance (받아들임)
이곳의 하루 일과는 짜여 있다. 하지만 엄격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있다.
한국의 템플스테이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제공되는 식사도 꽤 맛있다.
마지막 식사가 오전 11시이지만. 배고플까?
걱정했다 처음엔. 적응했다. 하루 만에.
저녁은 없고 아침과 점심을 주는데 점심에 산같이 쌓아서 먹는다.
쿠키나 과일 같은 것도 나와서 남는 건 도토리처럼 모아두고
저녁때 입이 궁금하면 먹는 사람도 많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이 사람을 데리고 간다.
-여행하는 인간(문요한) 중
때로는 머리는 비우고 좋고 싫음을 내려놓기.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이 나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 글이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템플이동 옐로우벤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