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당황하면 우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일까.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여유 있게 한 달 뒤쯤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을 드렸다.
그런데, 성수기라고 하신다.
그렇다. 한 달 뒤면 성수기 휴가철이다. 우리나라뿐이겠는가. 유럽 내에서도 여름휴가는 길고 관광지에 사람들은 넘쳐나고, 좋은 좌석과 숙소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뿐 아니라 치안 문제도 조금 더 복잡해진다.
하긴 , 지금이 날씨도 좋고 제일이네 그럼 우선 뭘 해야 하지?
"비행기표 끊고 숙소 예약하면 끝인걸 뭘 그렇게 고민해~"
천상 여행가처럼 말씀하시는 부모님이다.
그래, 순간순간 계획을 변경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마저도 즐길 줄 아는 게 자유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어느 나라에 가고 싶으세요?"라고 여쭤봤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냥 나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다 좋으시다며,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자고 하신다.
그래도 가고 싶은 곳, 또는 하고 싶은 리스트라도 알려달라고 계속 졸랐더니
도서관에 가셔서 유럽 여행에 관련된 책을 10권이나 빌려오셨다.
분명 인터넷을 하실 줄 알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아직은 더 편한 부모님이신가 보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책을 펼쳐 들고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여행정보가 더 있는지 살펴봤다.
유럽을 한두 번 이상 방문했다면 책에 나오는 대표 관광코스를 제외한 특별한 여행지를 위주로 계획했겠지만 우선 부모님께서는 첫 방문이시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 관광지를 실제로 보는 것 또한 의미 깊다고 생각하여, 유명 관광지와 첫 여행에서는 쉽게 가지 못하는 관광지를 섞어 계획을 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