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하는 유럽 자유여행기 2탄(2)
부모님과 5주간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이다. 자유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주제가 있는데
가장 중요했던 2가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두 번째 주제는 숙소다.
2. 숙소는 가능한 한 한 군데로 잡아라
20대의 배낭여행은 가고 싶은 여행지 별로 숙소를 옮겨 다녔다. 저렴한 백패커스를 찾아 매일 숙소를 옮겼던 적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여행은 다르다. 유럽은 에스컬레이터가 많지 않다. 물론 리프트가 존재하지만 그 사이사이에도 계단이 무수히 존재한다. 큰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것보다 가야 할 곳이 조금 멀리 위치하더라도 아침 일찍 출발해 그곳으로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가슴에 조그마한 교통카드 하나만 꽂고서 말이다.
숙소 안에 부엌이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을 말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5주간 여행을 간다고 하니, 이모께서 커다란 소포를 보내주셨다.
그 안에는 누룽지와 김이 가득 들어있었다.
"언니, 거기서 한식 찾을 거야. 다들 숙소 와서 누룽지라도 끓여 먹는 다니까? 꼭 챙겨가"
"아니, 우리는 유러피안처럼 먹을 거야, 평생도 아니고 잠깐인데 뭐"
실제 부모님과 이모의 대화셨는데,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 다음 여행기에 계속해서 등장하겠지만...
그렇다고 햇반과 김치와 김을 캐리어 안에 가득 채워가야 하느냐
그것은 아니다. 요즘 유럽 마트에서도 맛있는 쌀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저, 작게라도 부엌이 있는 숙소를 선택하길 바란다.
내가 예약했던 숙소는 딱 3군데만 부엌이 있었는데, 부엌이 없는 숙소에서 고통의 일주일을 보내다가 결국 다음 숙소들을 모두 취소하고 부엌이 있는 곳으로 다시 예약을 하게 되었다.
숙소 비용을 아끼지 말자
고급 호텔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좋을수록 더 좋겠지만. 너무 저렴한 숙소는 선택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 아껴도 숙소에 아끼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로마에서의 이야기를 잠시 하고 싶다. 로마는 워낙 볼거리가 많아서 '잠만 자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저렴한 숙소를 골랐다. 결과는 눈물이었다. 그 흔한 조그마한 냉장고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
앞서 말한 고통의 일주일은 이 냉장고 조차 없는 방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좋은 숙소를 골라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보통 하루에 5시간 정도 걷는다는 생각으로 하루 한 두 군데 이상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그 말은 반대로 숙소에 있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구경을 하고 와서 '역시 숙소가 최고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걸로 보아 부모님과의 여행의 절반은 숙소다.
물론 부모님의 연세와 체력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다. 나의 부모님 두 분의 체력이 다르셨던 것처럼,
하지만 숙소에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유럽의 거리를 창밖으로 바라보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곳,
여행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