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하루를 기록하기로 한다. 아무도 읽지 않는 일상이더라도. 면전에서 나를 비웃는 무리가 있더라도. 무성의한 뮤지컬 배우처럼, 기름에 전 치킨처럼 누군가 나를 싫어해도 그대로 존재하겠다. 가까운 누군가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의 그 거리감, 나는 전혀 눈치 못 챘었다. 그 사람이 술에 취해 방 안을 휘젓고 다니며 웃고 다닐 때 눈치를 챘어야 했나. 사람은 슬퍼지면 웃음이 많아지나. 열심히 북을 치고 평화를 노래해도, 내 앞에 빨간 모자를 쓴 채 비웃고 있는 저 고등학생을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