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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May 29. 2018

왜 한가지 일만 하나요?

남의집 프로젝트 문지기님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회사 단톡방에 20분 조기 퇴근을 알리고 급하게 강남에서 판교로 왔다. 요즘 관심 갖고 지켜보는 ‘남의집 프로젝트’의 문지기님의 이야기를 집 근처에서 들을 수 있다 하여 냉큼 신청했다.


이야기의 주제이자 문지기님이 단 한 가지만 기억하라고 하신 말씀은 이거였다.


“왜 한가지 일만 하나요?”


회사 땡땡이 치고 와서 듣는 이야기가 딴 짓하라는 이야기라니. 내일 회사가서 어제 세미나에서 뭐 들었다고 해야하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타이페이에선 남의 집을 밥 먹듯 갔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라서인지 성인이 될 때까지 친구의 집에 가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니 술을 마시고 합법적인 외박을 하려면 ‘철야작업’을 하거나 엄마에게 검증이 된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야했다.

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친구들의 집을 전전했다.


남의 집을 가다보니 점점 더 즐거웠다. 내가 먹고 싶은 먹을 거리를 사가고 내가 놀고 싶은 놀이거리를 가지고 가서  돈 걱정, 화장실 걱정, 가게 문 닫는 시간 걱정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편히 앉아 놀 수 있었다. 불확실한 것들에 쉽게 겁을 먹는 나에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번화가보다 믿음직한 친구들의 집에서 노는 것이 훨씬 편리했다.


하나 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주말을 연인들과 보내다 보니 나의 남의 집 탐방은 잠시 길을 잃었다. 그러던 와중 ‘남의집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호스트의 취향이 구석구석 배인 사적인 공간에서 나도 모르는 비슷한 관심사 혹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가진 모르는 사람을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것. 이거 너무 매력적이잖아!



- 등에 업은 회사의 브랜드 없이 나 자체로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아보는 일.


- 회사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는 완충재가 되어주는 일.


그가 말한 창업의 의미는 이랬다.


본업이 있기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연연해 하지 않을 수 있었고 회사가 일의 전부가 아니었기에 도리어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매달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월급이라도 월급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되는 것.


특히 문지기님이 사업을 발전시키는 형태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모든 기회는 풀고자 하는 어려움에서 시작되는 것. 그는 매번 가설을 하나씩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나감며 남의집 프로젝트를 단단하게 만들어나갔다.


가설1. 남의집에 과연 누가 올까?

- 그럼 일단 우리 집에 불러보자. 누가 오는지가 궁금하니까 돈은 받지 말고 누가 오는지 보자.


가설2. 본인의 집을 남에게 공개할 사람이 있을까?

- 그럼 호스트를 영업해보자. 남의집 호스트로 찰떡일 사람들을 찾아가서 이야기해보자.


(가설의 내용은 실제 강연 발표 자료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하는 저를 용서하세요)


여러가지 가설 수립과 그 검증의 시간들을 거쳐 호스트와 문지기, 손님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모임’의 형태와 문지기가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아도, 호스트와 손님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없이도 흘러갈 수 있는 ‘서재’의 형태가 탄생했다.


홈 파티는 끝이 없었다

[상상력에 권력을]


결국은 호기심. 머릿속에만 있는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 시킬 수 있다면 나만의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내 일을 하는 것은 실패할 자유를 얻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회사 일을 실패하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누군가 피해를 보고 그 책임을 떠안고 누군가에게 비난과 질타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의 일을 실패하면? 내가 나를 책망하지 않으면 그건 그저 한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그 다음 기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나는 어떤 딴 짓을 할까 골똘히 생각하며 집에 오는 길,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거실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언젠가 남의집 프로젝트의 호스팅을 하기 위해 이사를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소박하게 내 거실마련으로 시작해보자.


그러려면 내일 회사 가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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