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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Sep 10. 2020

코로나가 나에게 미친 영향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그리고 새로 발견한 면

코로나가 처음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뉴스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메르스도, 사스도 내 기억에서는 어느정도 조심하다가 끝난 그런 그 시기에 일어난 일 정도라고 느꼈다.

(메르스 때는 회사에서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취소되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일상을 변화시키진 않았다.) 


코로나가 한국에 확산되고 처음 한 두달은 정말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에 취약한 편찮으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고 젊은 나도 걸릴까봐 무서웠다. 그러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갑갑해지면서 조금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고 다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는 어머니 아버지를 뵈러 가기 전 한 주 정도 셀프로 자가격리를 하는 정도로 타협을 했다. 그렇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세상이 변했다고 한다. 많은게 달라졌다. 슈퍼 가는 길만해도 열화상 카메라가 곳곳에 있다. 우리 아파트는 엘레베이터 3대를 다 따로 탄다. 기다려서라도 따로 탄다. 9월이다. 일년의 3분의 2가 지났다. 마지막 3분의 1을 남겨놓은 지금 나에게 코로나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기로했다. 


코로나가 나에게 미친 악영향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일단 세가지만 정리해보자.


첫번째. 반토막이 아니라 밑바닥을 기는 수입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여행 블로거로 여행 기사를 기고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여행업계 대기업들도 휴직에 회사가 망해가는 판국에 일개 프리랜서가 어떻게 버틸힘이 있겠나. 게다가 난 올해 겨우 2년차 프리랜서인걸.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일을 못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크게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경제활동을 못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뿐. 그런데 독립을 하게 되면서 고정 지출이 생기고 식비며 뭐며 정말 내 생계를 홀로 다 책임지다보니 돈을 못 버는게 너무 스트레스인거다. 나도 이런데 비싼 월세 내고 임대해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상상도 안된다. 


두번째. 아픈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의 불안함

희귀 뇌질환으로 투병중이신 어머니는 코로나에 무척이나 취약한 기저질환자다. 대부분 그럴거다. 내가 걸리는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게 그게 더 무서워 조심한다는걸. 나로인해서 누군가 생명을 잃거나 큰 피해를 볼까봐 그게 너무 무서운거다.


덧붙여 엄마는 정기적으로 입원을 하시는데 코로나가 심해진 이후부터는 상주 보호자 외에는 면회가 안된다. 엄마의 경우 무조건 24시간 간병인을 따로 고용하여 생활하시기 때문에 외출도 안되는 병원에 계셨을 때는 2주 내내 가족들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엄마 생신이었는데 말이다.)


셋째. 스트레스 해소의 어려움

그동안은 왠만한 스트레스는 청소와 운동으로 해소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청소와 운동만으로는 스트레스 해소가 어려웠다.(심지어 운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더더욱!) 그러다보니 술을 마신다거나 폭식을 한다거나 잘못된 스트레스 해소가 생겨났고 그로 인해서 다시 스트레스 받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와중에도 코로나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들이 있다. 


첫째. 나를 더 알게 된다.

친구들을 굉장히 자주 만나는 편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부터는 정말 어쩌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들도 안만난다. 그러니 나랑 놀아주는 건 나뿐. 그런데 그닥 외롭지 않다. 집순이가 체질에 딱 맞나보다. 물론 내가 나가고 싶을 때도 못 나간다는 건 불편하지만 말이다.


일하느랴 사람 만나느랴 정신없이 지내서 내가 배가 고파도 조금 참고, 내가 졸려도 조금 참고 일단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을 먼저 했다. 나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크게 집중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요즘은 배고프면 바로 밥을 먹고 몸이 찌뿌둥하면 유튜브를 켜서 홈트를 하고 창작 활동이 하고 싶으면 글을 쓴다. 아무것도 방해하는게 없다. 누군가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주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정말로 나랑만 시간을 보낸다.


덧붙여 내가 근면성실함에 집착하고 있구나를 깨달았다. 올해 내내 집에 있다보니 '시간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나는 내 할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라는 생각에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실 지금도! 그래서 매일 브런치를 쓰려고 노력하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일을 못하는 것뿐이고 상황이 달라져 스스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뿐인데 내가 게을러졌다고 나를 타박한다. 


나는 수없이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했는데 나에 대해서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으니 장기적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거라고 생각한다. 


둘째. 외적인 것에 돈을 쓰지 않게 된다.

파운데이션이며 립스틱 등 약속이 있을 때 꼭 바르던 화장품들을 올해는 단 한번도 안 샀다. 평소에 화장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달에 한번도 할까 말까. 옷도 안 산다. 사실 좋다. 옷을 살 필요가 없다. 나가는 곳 그래봤자 집 앞 마트 아니면 동네 뒷산이고 가끔 생기는 결혼식이나 친구들 만남은 같은 옷을 입어도 아무렇지 않다. (대신 집 안에 돈을 많이 쓰게 된건 장점일까 단점일까)


셋째. 불필요한 만남을 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약속들 있지 않나. '오늘 뭐해? 약속 없으면 저녁 먹을래?' 이런 약속들.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하다는게 아니다. 사교적인 나는 사람들만나서 수다떨고 노는 것 또한 좋아한다. 노는 분위기를 좋아하다보니 거절을 잘 하지 않아 내 일상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서로 만남을 제안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주말에 날이 좋으니 놀자'이런 말도, '집 근처인데 커피 한잔 할까'이런 사소한 제안도 사라졌다. 덕분에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만 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 발견한 면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배달 천국이다.

배달의 민족인 한국에 살면서 자의로 혼자 무언가를 시켜먹어본적이 없다. 사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뭔가를 요구한다는 자체가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 그런데 고립 상태에서는 어쩔수 없이 배달 음식을 시켜먹게 되었는데.... 이거 무엇? 너무 편한거다. 특히 집에서 술을 엄청 마시고 다음 날 쿠팡잇츠로 투뿔등심의 한우곰탕을 아주 뜨끈뜨끈하게 시켜먹었을 때 나 감동했다. 진짜 자취생들이 왜 배달음식 먹다가 살찐다는 줄 이제서야 깨달았다. 


둘째. 친구들을 집에서 만나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외식비도 적게 들고 분위기도 편안하고 함께 준비하고 함께 치우면 여러모로 편하고 좋다. 그치만 먼저 '집에서 놀자'라고 말하기엔 어색한 사이도 많고 우리나라는 집에서 하우스 파티를 하는 문화가 많지 않다보니 결혼한 친구들이 신혼집들이 이런걸 하기 전엔 누군가의 집에서 노는 일이 거의 없었다. 친구 집에 간다는건 막차를 놓쳤거나 아예 밤새 놀 각오로 친구를 만날 때 정도.


하지만 올해는 약속을 잡을 때 주로 집에서 잡았던 것 같다. 덕분에 적어도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에 모르는 경로를 통해서 감염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해도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이라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늑함과 편안함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참 매력적이고 말이다. 


셋째.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이렇게 코로나가 어디에 퍼져있을지 모르는 상황에도 이렇게 편안하게 눈을 뜰 수 있어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모두 건강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이 와중에도 말을 안 듣고 몰려나가서 술을 마시고 집회를 하고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든 시기 서로서로 도와가며 이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든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잘 버티고 있는게 참 감사하다.



매체에서나 소셜 미디어에서나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사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새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고 예전처럼 마스크 없이 세계를 누빌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일상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이전처럼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가지는 않을거라고 말이다. 


비대면으로 업무를 하고 물건을 사고 팔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학교를 다니고. 지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쩔수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 어쩌면 서서히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예전엔 학교를 직접 갔었대'라고 말하는 시대가 와버리지 않을까 싶다. 분명 많은 것들이 바뀌고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과거가 되어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게 되겠지. 순응하고 적응하고 변화 속에서 제 갈길을 찾는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역시 가지고 있다. 


어쨌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변화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하며 내 인생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혼자 있는 시간도 많은데 잘됐네 뭐. 오늘도 열심히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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