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내향인의 제주도 혼자여행기
드디어 날이 밝았다. 샐러드로 차갑게 배를 채우고 집을 나섰다.
포항공항은 역시나 한산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있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왠지 의지가 된다.
비행기 기다리면서 책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들뜬 마음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젯밤 막내가 갑자기 걱정되는지 세상 슬픈 표정으로 안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요즘 사춘기가 한창인 막내가 이런 얘기를 해주니 고마웠다.
그러면서 혹시 비행기 사고가 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하란다.
다른 사람 구하지 말고 엄마가 먼저 도망치라고
옆에 아기가 있어도 절대로 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정말로 아기가 내 옆에 앉았다.
너무 신기해서 속으로 웃었다.
비행기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아기 피부처럼 맑았다.
아기와 나는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
공항밖으로 나오니 따스한 봄바람이 나를 감쌌다.
온도, 습도, 바람 모든 것이 나를 위하는 듯 완벽했다.
낯선 곳에서 혼자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셔틀버스를 탔다.
나는 예약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정해진 시간을 따라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카운터에 이야기하니 돈을 더 내면 된단다.
물어보길 잘했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자 내 차 위치를 알려줬다.
주차장에서 스스로 찾아가면 끝인 것이다.
그래도 주차장에 나가면 직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내가 예약한 차가 맞는지 번호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서야 짐을 실었다.
남편이 알려준 대로 가방에서 핸드폰 거치대를 꺼내 차에 부착했다.
남의 차는 처음 몰아보는 거라 원래 내 차와 세팅을 똑같이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다 챙겨 왔다.
충전기도 꽂았다.
티맵에 '김만복김밥'을 입력했다. 유튜브 음악으로 봄노래를 검색했다.
이제 정말 출발하려는데 사이드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 구석구석 다 살폈지만 없었다.
나보다 늦게 나온 사람들도 다 출발했는데 혼자 차 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직 안 가고 뭐 하는 거야?"하고 수근 될 것 같아 더욱 좌불안석이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네이버에 검색했다. '아반떼 사이드브레이크'
사진으로 보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렇게 길고 큰데 눈에 안 보이다니 긴장을 하긴 했나 보다.
어리숙함으로 시간을 좀 낭비했지만 혼자라 괜찮았다.
눈치볼일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시행착오가 더 많지만 마음만은 편한 그런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