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면서 여권 챙기는 나
나는 소심한 내향형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혼자 제주 여행이라는 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봄바람이 내게 용기를 실어다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이 다가올수록 아무 일도 없던 때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겹겹이 나를 에워쌌다.
모든 것이 불안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식사가 가장 걱정됐다. 2박 3일이니 아침 두 번, 저녁 세 번은 그들이 해결해야 한다.
여행 이틀 전부터 밑반찬과 국 등 먹거리를 준비했다. 이걸 다 먹고 안 먹고는 그들의 선택이지만 일단 해놓고 가야 내 마음이 편했다.
집안 청소도 깨끗이 하고 냉장고도 정리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빨래도 보인다.
'양말은 손으로 빨아야 깨끗한데..' 기어이 쭈그리고 앉아 양말까지 비벼 빨았다.
'이런 된장!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내가 콩쥐인가?' 하다 보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찜찜하게 남겨두고 갈 순 없었다.
집안일을 얼추 끝내고 나니 벌써 밤 9시다.
황급히 흰머리 염색을 하고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비행기 탈 때 캐리어는 들고 탈지 부칠지 고민됐다.
남편은 수화물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들고 타라고 했다.
알겠다곤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계속 올라왔다.
'이 무거운 걸 위에 올릴 수 있을까? 내리다가 떨어트리면 어쩌지?'
만약 캐리어를 들고 탄다면 비행시간 내내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게 뻔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이 편한 쪽을 택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때 갑자기 여권이 생각났다.
"아 맞다! 여권! 자기야 여권 챙겨야 되는 거 아냐?"
내겐 '비행기=여권'이란 공식이 있었다.
어이없다는 듯 남편이 한마디 했다.
"부산 갈 때도 여권 갖고 가지 왜!!"
"아 맞네 큭큭큭큭큭."
나는 여권을 뺀 모든 짐을 꾸리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을 기다리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