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여행준비를 해봤어야지!
비행기 티켓예매, 숙소, 렌트 모두 다 남편이 다 하던 업무라.
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짐을 싸고 아이들을 챙겼다. 우리 부부는 분업이 잘되는 편이었다.
비행기 티켓은 어디서 사는 걸까? 모를 땐 네이버다.
'제주도 비행기 티켓'이라 검색하니 조회할 수 있는 창이 나왔다.
"와우~재수!!" 작은 성공이 하나 적립되었습니다. 내 마음이 뿌듯함으로 요동쳤다.
근데 진짜 여기다 돈을 내면 되는 건지 의심이 올라왔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티켓예매는 본인이 해주겠다고 한다.
내 능력은 더 이상 업그레이드 되지 못했지만 몸과 마음은 편했다.
이다음부터는 모두 나 스스로 해야 한다.
제주도는 연애할 때 한번, 가족들과 한번. 그렇게 두 번 와본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여행사 패키지로 왔고, 두 번째는 남편이 짜놓은 코스대로 움직였다. 남편은 유명 관광지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는 제주도라는 새로운 공간에 와 있다는 설레는 감각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어디를 가도 상관없었다. 덕분에 제주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크기는 얼마인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간의 여행이 다 이런 식이었다.
막막한 마음에 제주도를 몇 번 다녀온 아루 작가님에게 여행 코스를 물어봤다. 북카페, 소품샵, 미술관등을 주로 다닌다는 그분의 여행 이야기는 언제나 부러웠다. 지난 제주여행에서 북카페를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은 주로 차로 2-30분을 들어가는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었다. 관심도 없는 가족들을 이끌고 가봤자 마음이 바빠져 오래 머물지 못할게 뻔했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접었다. 이번엔 혼자니 북카페는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며칠 뒤 작가님은 예쁜 메모지에 색연필로 손수 지도를 그려 내게 전해주셨다.
"세상에~ 너무 감동이에요" 눈물이 핑 돌았다.
(좀 더 격하게 마음을 표현했어야 했는데 이런 뜨뜻미지근한 인간 같으니라고)
사람이 쓴 글씨 맞나요??? 이런 종이는 어디서 사셨나요??? 취향저격이다.
그림 속 제주도에는 작가님이 다녀본 소품샵, 미술관, 맛집 등이 아기자기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작가님의 코스를 토대로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분은 제주 동쪽과 서쪽을 두루 다니기 편한 제주시내에 숙소를 잡는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제주 시내 호텔을 잡으려고 반나절을 알아보고 예약까지 마쳤다. 그렇지만 시내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가족여행 때 시내에서 묵었는데 길은 복잡하고 사람이 많아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아무리 동선이 좋다 해도 그런 분위기는 불편했다.
동과 서를 다 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제주 서쪽 애월 방면만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숙소도 애월 바닷가 근처로 잡았다.
그냥 잡았는데 50% 할인된 방이었다. '왜 할인해 주시는 거죠?' 괜히 찜찜함이 밀려온다.
할인 덕분에 취소도 안된다. 이런…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싶었다. 굉장히 후회됐지만 이미 결제를 마쳤기에 천재지변과 질병만 아니면 무조건 가야 했다.
그다음 렌트..
렌터카도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곳에서 했다.
가격비교 이런 건 모르겠고 안전하고 확실한 회사가 장땡이다 싶어 비교해보지도 않고 예약했다.
코로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의 렌트가격은 정말 저렴하다.
3일 예약에 85,000원이면 진짜 나 복 받은 것 같다^^
이제 여행코스를 짜야 되는데 이것이 정말 어려웠다.
남편은 엑셀프로그램에 여행 일정을 시간단위로 입력해 우리에게 보내준다.
나는 엑셀이고 뭐고 손으로 쓱쓱 나만 알아볼 수 있게 썼다.
중요한 사실만 기억하면 되지 뭐.
작가님이 주신 정성 가득한 지도와 나의 하찮은 메모지를 여행 내내 꼭 쥐고 다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꼈다.
아무런 할 일이 없는 누구의 방해도 없는 상태에서 나는 뭘 할까?
내가 그래본 적이 있나?
나를 잘 안 다고 생각했는데 예측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울컥했다.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겠구나 싶었다.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겠다. 진정한 터닝포인트.
절대 잊지 못할 3일이 될 것 같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 여행을 못 간다 해도 나는 이미 충분히 위로받았고 힐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