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숨어 있던 제주 책방

제주 애월 책방 이다

by 권명숙

제주도에서 첫 혼밥 전을 치르고 바닷가를 잠시 걸었다.

바람이 너무 거세 날아갈 것 같아 얼른 차로 돌아왔다.

북카페로 행선지를 정하고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더니 운 좋게도 8분 거리에 있었다.


나는 길치이다.

특히 목적지 근처에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

내 차에 다른 사람을 잘 태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길도 봐야 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혼자일 땐 마음껏 길을 헤맨다.

'으이그 바보'라고 중얼거리며 목적지 주변을 뱅뱅 맴돌다.


내가 가려는 곳은 "애월책방 이다"

8분 거리를 12분이 걸려 찾아왔다. 한 번밖에 돌지 않았다.

제주에서는 뭘 해도 되는구나 싶었다.

'책방에 도착했는데 어디 있는 거지?'

주택가 어느 길에서 티맵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한다.

네이버를 켜고 책방 외관을 다시 확인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책방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듯했다.

뒤로 젖혀진 하얀 문옆으로 계단이 있고 그 끝 작은 칠판에 '책'이라고 쓰여있다.

그곳이 책방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힌트였다.


들어가려는 데 인기척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신발 여려켤레가 밖에 있는 걸로 보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니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몇 초 망설이다 고양이마냥 살금살금 들어갔다.


마침 한 명 있던 손님이 계산을 하고 나가버려 나 혼자 그 공간에 남겨졌다.

책방이 처음인 나는 무인도에 표류된 것처럼 두리번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금 들어가니 다행히 사용설명서가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인생샷 보다 인생책을 먼저 발견해요'라는 문구였다.

얼른 전화기를 넣었다.

들어가자마자 셔터를 누르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오래된 나무와 같은 공간에 책이 가득했고 진한 우디향이 풍겼다.

책과 책 사이엔 정성스런 필사들 꽂혀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곳은 추천받은 책방은 아니었다.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했고, 정돈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 좋아 선택한 곳이다.

정리해야만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가는 대로 놓아둔 책을 보며 자유를 느꼈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건 다양한 형태가 정말 다양했다는 점이다.

예스 24에서만 책을 구입했던 나는 독립출판물을 처음 봤다.

다양한 모양의 책이 있었고

글의 길이도 책의 두께도 제각각이었다.

나는 그중 '오렌지 카스텔라'라는 오렌지빛 표지의 얇은 책을 골랐다.

나도 언젠간 이런 개성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함께 담았다.

계산대에서 마음이 듣고 싶은 말이라며 막내 스틱을 하나씩 뽑을 수 있었다.

오늘의 운세 같은 기분이 들어 신중히 하나를 뽑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로'

이런 소소한 재치가 마음에 들었다.

나도 공방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방을 나섰다.


이 여행은 2024년에 다녀왔다.

누구의 추천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을 스스로 골라 떠난 여행이었다.

이 책방을 시작으로 나는 내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고르데 점점 자신이 생겨갔다.

그래서 이곳이 더욱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