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민망함이 함께한 제주 요가

by 권명숙

제주에서의 둘째 날 아침.

밤에는 보이지 않던 바다뷰가 커튼뒤로 조용히 펼쳐졌다.

침대에 누워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믿기지 않았다.

괜스레 또 울컥하며 눈물이 맺혔다.


오늘은 요가클래스에 가야 한다.

10시 예약이라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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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던 것과 같이 마당이 있는 작은 독채였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인도풍 음악과 진한 아로마향이 나를 먼저 맞았다.

아늑한 조명아래 라탄 소품과 초록 식물이 어우러져 나의 몸을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듯했다.

분위기에 맞춰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과 인사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요가복을 갈아입고 검은 양말을 벗는 순간

아뿔싸! 발뒤꿈치 각질 제거를 깜빡했다는 걸 알게 됐다.

수업엔 20대로 보이는 두 명이 함께했다.

그녀들의 매끈한 뒤꿈치를 보고 있자니 내 거친 발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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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검은 양말의 실밥이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잔뜩 묻어 있었다.

아무도 못 본 틈에 떼어내려 했지만 눈치 없는 검은 먼지는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수업내내 신경이 쓰여 발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혼자 여행 온 우아한 아줌마로 보이고 싶었는데

우아함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여행이라는 건 결국,

준비한 나보다 진짜 나를 더 많이 마주하게 되는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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