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

제주에서 만난 소중한 취미

by 권명숙

'혼자 여행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 두었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거나

유튜브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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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외로 제주 여행에서 가장 설레었던 시간은 깊은 생각에 잠길 때와 글을 쓸 때였다.

그 순간은 마치 모든 것이 차단된 깊은 바닷속을 혼자 수영하는 기분이었다.


사색과 글쓰기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일화가 두 가지 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사색을 즐겼다. 남들은 그런 나를 두고 멍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은 내 그런 모습을 유독 싫어하셨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날 즈음, 칠판 앞으로 불러 문제를 풀어보라 하셨다.

맹세코 그날은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풀지 못했다.

멍하니 있는 것도 꼴 보기 싫은데 거짓말까지 했다는 이유로 교과서를 말아 사정없이 머리를 때리셨다.

머리카락이 제 멋대로 흩어졌고 내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또 하나는 국어선생님과 있었던 일이다.

내 짧은 글을 읽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내가 들은 몇 안 되는 칭찬이라 기억에 선명하다.

내 글에서 '잘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신 걸까?

마음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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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행에서 사색에 잠기고 글 쓰는것을 즐기는 나를 다시 발견했다.

2박 3일 기간 동안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북 카페였다. 그곳에서 생각하고 쓰고, 또 생각하기를 반복했다.

생각을 글로 옮길 수록 마음은 배꼽아래 깊은 곳으로 차분히 가라앉았다.

특별한 형식도 대단한 내용도 없는 글이었지만 내게는 진정한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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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발견은 나를 글쓰기 모임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내 이야기를 담은 책도 만들었다.

혼자 여행 덕분에 글쓰기라는 소중한 취미가 생긴 것이다.

사색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고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싶다.

지금,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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