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재료로 만들어 내는 나만의 시간
혼자 여행을 다녀온 뒤 혼자서 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가까운 경주로 다니며 산책하기,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책 읽기를 즐겼고,
글쓰기 모임과 연극낭독 모임도 다녔다.
그리고 집에서는 요가와 영어공부를 꾸준히 했다.
모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방 운영에도 나를 담고 싶은 생각이 밀려왔다.
예전부터 빈티지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고 그걸 제품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이 아니라 한 가지를 오래 만들고 싶은 내 성향과
잘 맞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별화를 하는 것이 경쟁을 피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 여러 날 검색했다.
하지만 특별함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검색하면 할수록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나는 빈티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삶의 방향이 바뀐 뒤 명확하게 떠오르는 가치들을 나누고 싶었다.
조용함, 여백, 리듬, 정리, 선택된 고독
이 단어들을 표현할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건 기본 컨테이너 캔들이다.
재료는 단 네 가지 왁스, 향료, 유리용기, 심지면 된다.
왁스를 녹여 향을 넣고 굳히면 완성되는 캔들.
과정은 단순하지만 잘 만들기는 가장 까다롭다.
단조롭게 한 가지에 몰두하고 싶은 내 삶의 방향과도 닮아 있었다.
캔들에 불을 붙이면
마치 공간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선택된 고독의 시작이다.
굳이 어디 가지 않아도,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금 머무르는 공간에서 정리하고 나만의 리듬을 찾도록 돕고 싶었다.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위한 신호를 주는 것이 내가 만들려는 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