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배곯을 용기도 없으면서,
내가 다 버리고 글을 쓰겠다 했다.
무조건 떠나겠다고 했다.
술도 그냥 소주는 먹지도 못하고 꼭 토닉워터 타서 비싼 술 만들어 먹는 주제에,
술 살 돈 책 살 돈만 벌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은 안 살겠다 했다.
카레 범벅인 닭고기를 먹고 토닉워터에 제 색깔을 내어준 한라산을 들이키면서,
내가 비로소 용기는 밥 말아 먹은 사람인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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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람의 반대 여부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한으로 남을,
누구나 대부분 다 가는 '고작' 대학이라는 것에 특정 학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어린 친구가 부러웠다.
또 대단했다.
그리고 이내 멍청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소신 같은 건 애저녁에 돌돌 말아 감춰버린 나였기에,
그 화는 더럽고 한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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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살찔 수 없는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