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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n 29. 2018

술 권하는 사회, 시 권하는 사회.

좋아하는 시가 생겼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생겼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시구를 입으로 줄줄 외우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영화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

예뻤고 부러웠다.

나는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심장으로 읽어낸 몇 개의 시를 네 숨에 불어넣고 싶다.
-
예쁜 누군가는, 완성되지 않는 퍼즐을 모으는 기분 같다고 했다.

나는 이 시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에요, 하나만 더요, 라는 말만 수줍게 내뱉고 기뻐하기 바빴다.

습관적으로 내밀고 찍히는 커피 쿠폰을 모으는 기분이었다.

그 커피 쿠폰 찍는 행위가, 총 10개라면 한 5개 쯤부터는 줄곧 까먹기도 하는 그 행위가,

결코 무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편안함도 좋지만 조금만 더 오래 설레고 싶었다.
-
(나쁘게) 술 권하는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허나 비우지 않는 술잔을 농담처럼 타박하는 모습이 싫지 않고,

홀짝 넘겨버린 한 잔을 보고 제멋대로 마음 쓰는 게 좋았다.

무심하게 홀로 잔을 기울이는 손끝이 어딘가 외로워보여,

우리끼리만큼은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되어 보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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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은 선물들로 가득찬 이 밤은 또 오래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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