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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l 03. 2018

그런 친구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게다가 한 번 마음을 줘버리면 원체 놓질 못하는 성격.

그게 누구든 동일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그래서인지 속을 드러내며 지내는 친구는 한정적이었고 기대고 편한 사람 역시 많지 않았다.

이래저래 외국으로 나가 있어 자주 보지 못했고 너무 오랜만이라 심지어 만나면 안아주고 싶었다.

투닥투닥 싸우고 삐졌던 십여 년 전이 은근히 그립기도 했다.

그대로인 외모 때문인가 교복만 입으면 그 때 같겠다 싶었다.
-
무슨 말을 해도 내 편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열 내는 내 옆에서 내 앞에서 똑같이 욕 한 마디 시원하게 내뱉어 주니 화만 그득했던 맴이 뻥 뚫렸다.

중국 향 짙은 족발을 뜯을 땐 먹느라 몰랐는데, 모여 앉아 커피 마시다보니 알았다.

늘 말을 해야 말을 들어야 모든 게 풀렸던 나에게 제일 필요했던 것이었다.

사실 더 빨리 만났더라면 더 빨리 이야기했더라면 나는 좀 더 강하게 눌러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꼭 술 아니어도 이제는 부르면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맘이 한결 가벼워졌다.
-
결혼을 하기에 이른 나이가 아니라서 나온 이런 이야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모두 얼마 없다는 친구 이야기에 은근 다행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하더라도 성공해서 티켓 보내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

-

너 역시 나에게 이런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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