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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Sep 15. 2018

우리가 한없이 오르는 이유

높은 곳을 바라보는 만큼 낮은 곳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사람들은 희한하게 높은 곳을 좋아한다. 높은 곳에 오르면 우월감을 느끼고 또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은 곧 건축물이나 관광 명소로도 잘 나타난다.

실로 아찔한 곳이었다. 이 다리를 지나기 위해서 나는 심장을 몇 번이고 쥐어야만 했다.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굳이 야경을 위해 초고층 건물을 오르거나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난간에 위태롭게 기대는 짓 따위는 잘 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의 그 짜릿한 감정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는 말 그대로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공포의 무게가 나를 아주 짓누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다 싶은 곳은 나 또한 찾는다. 여느 사람들처럼 한눈에 전경을 보고 싶은 이유도 있고, 한편으로는 나를 비롯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종종 깨닫기 위함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위에서 그리고 또한 아래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이런 건축을 했다는 점에서 인간은 대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딘지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고층 빌딩은 야경을 보기에 제격이었다. 그렇기에 뉴욕의 유명한 빌딩들은 모두 옥상을 개방해 야경 관람 명소로 만들어져 있었다. 워낙 도시적인 공간이기에 사실 건축물이나 그곳의 역사에 관심이 있지 않는 한 볼 것이라고는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 뿐이었다. 나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뉴욕 여행의 마쳐도 괜찮다 생각했다. 판박이처럼 만들어진 도시의 불빛들이 썩 와 닿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한 도시의 전경은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내가 얼마나 높은 빌딩 위에 올라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발아래 무수한 것들이 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작아졌다는 것과 나 역시 그런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닿았다.

집마저도 성냥갑처럼 작아진다. 그 안의 사람들은 얼마나 작을까. 마음이 갑자기 겸손해진다. 나 역시 이토록 작은 것이라는 사실에.

아래에 있을 때보다 강하게 부는 바람은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휘청이게 만들었다. 내가 지은 건물도 내가 꾸며낸 도시도 아니면서 어딘지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높은 곳을 오르는 이유가 이것일까. 비단 화려한 불빛이 수 놓인 도시의 밤 때문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몸을 한없이 낮추어야 한다. 반면 높은 곳을 보려면 있는 힘껏 고개를 들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딛고 있는 땅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고 때로 굳이 찾아가는 높은 공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장소가 대부분이다. 사람이라서 만들 수 있던 것이고 인간이기에 가능한 갈망이자 행위이지 않을까. 이토록 자유자재로 시선을 두고 높고 낮은 곳을 온 마음 다해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마음을 지니고 살 수 있다는 것. 우리의 두 발이 닿아 있는 곳이 어느 곳이든 마음만은 언제든 오르고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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