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며, 그리고 못다한 말

프롤로그.

by 리아

긴 여행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많았고 하루 아침에 이루어낸 것들이 아니기에 놓는 것이 힘들었다. 가장 버리기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어렵게 얻었고 그 어떤 것보다도 다시 얻기 힘든 것이었기에 나는 사람을 놓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엄청난 친화력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사귈 때 매우 신중한 편이었다. 물론 그렇게 신중하게 고르고 만나고 친해진 사람들이 전부 나에게 백 퍼센트 만족스러운 인맥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그들을 나는 당연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물론 진짜 내 사람들이라면 물리적인 거리를 떠나서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항상 연락하는 관계를 유지할 테지만 나는 아닌 척하면서 생각보다 겁이 많은 아이였으니까. 아무리 그 사람들이 마음만은 나와 함께 한다고 말을 해도 나는 쉽게 불안해졌다. 그런 불안감이 나를 갉아먹는 것도 잘 알고 또 그런 불안감이 점점 커지면서 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결국엔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

분명 바꾸려면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기에는 이미 지쳐있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에 의해서 끊기는 관계보다는 내가 가장 덜 다치는 방법을 택했다. 사실 긴 여행을 간다고 해서, 그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관계를 아예 끊어버릴 필요는 없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올 곳도 마련해두어야 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내가 조금이라도 덜 어색하기 위해서는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필요하니까. 그래도 내가 먼저 손을 놓았다. 앞서 말했듯 잡고 있던 손을 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나는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 내가 먼저 인연의 끈을 잘라냈다. 이제야 고백하고 이제야 내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당신들에게 상처 주었다고, 너무나도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혹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받아줄 수 있다면 나는 당신들에게 평생 마음의 빚을 안고 함께 가고 싶다고. 그리고 그렇게 끊었던 인연이라도 다시 만났을 때 매듭지어 이어나갈 수만 있다면 이기적이고 못된 마음이지만 나는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근 3년, 당시에는 너무나도 지독했던 생활을 버리고 나 자신에게 딱 한 달, 생애 처음으로 안식월을 주기로 했다. 스물일곱, 한 번도 제대로 쉰 적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었던 나에게 주는 첫 번 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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