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이 있는 단편소설

첫번째 이야기, 낯선 전율 / 기

by 리아

잊고 있었던 콘서트 티켓이 등기로 배달되었다. 한달 전 즈음이었나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이별 통보를 받은 나는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 우리는 무려 3년을 만났고 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헤어짐이 익숙하지 않은 연애 초보였다. 비단 연애 초보라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만큼 그를 만나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었고 결국 그의 고백 같지 않은 고백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그의 고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내가 쏟은 무수한 시간과 노력이 그의 마음을 툭, 건드렸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나는 내내 언제나 그랬듯 이번 콘서트도 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이렇다 할 문화 생활에 관심이 없는 남자였고 예약 같은 건 정말 귀찮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카드 번호를 알려주며 티켓 예매에 성공하라는 감정 없는 문자만을 보내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꼭 좋아하는 콘서트를 가겠다던 나의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한 달 반 전 즈음이었다.

그와의 헤어짐이 큰 충격이었던 나는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껏 하지 않았던 ‘짓’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결국 한 달 동안 일을 끝내고 술을 마신 날이 20일이 넘어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 ‘고작’ 연애가 끝났다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구는 내가 한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비난과 질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는 그만큼 사랑을 했던 것이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이야기들도 그저 작은 관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금방 사라지겠지만 지금은 내게 아주 작은 관심이나마 동정표와 함께 던져주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술을 자주 마시니 당연히 일에도 지장이 생겼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평판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사실 이렇다 할 큰 평판도 명예도 그리고 업적도 없었지만 나는 다시 일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기가 무서워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쉽게 사직서를 냈다.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휘갈겨 쓰듯 작성하여 낸 사직서는 빠르게 수리되었고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쉽게 바로 백수가 되었고 집에서 잠만 자던 나는 내 앞으로 온 등기 배달에 눈을 떴다. 늦은 오후였다. 며칠 뒤 있을 콘서트 티켓이었다. 한 여름날 무더위를 날릴 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라며 들떠 있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당신과 함께할 생각에 이미 더위는 사라진 것 같다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내 모습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잔상처럼 떠올랐다. 등기를 받고 사인을 하는데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받기 싫은 물건이라도 배달된 줄 알았을 테지만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는 이런 내 이상한 모습에 경찰에라도 신고하지는 않을까 할 정도로 하염없이 울었다. 사인을 받아낸 택배 기사는 도망치듯 엘리베이터를 타러 달려갔다. 택배 기사가 타고 내려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나는 현관 문을 연 채 한참을 서서 울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