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이 있는 단편소설

첫 번째 이야기, 낯선 전율 / 승

by 리아

두 장의 콘서트 티켓이 있었기에 나는 함께 갈 누군가를 만들어야 했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보고 모두 안 된다고 하면 그 때 늦게나마 양도 글을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막 취업을 한 20년 지기 친구 S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별 이후 내가 제일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친구였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그녀에게 먼저 문자가 왔다.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월급과 괴롭히는 상사들 때문에 힘들단다.

문득 내게는 전부였던 것이 연애와 그와의 삶이었듯, 그래서 그 전부를 잃고 삶이 와장창 무너졌듯, 이 친구에게는 일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전부인 일 때문에 삶이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한동안 이별 후의 내 감정만 토해내느라 미처 친구의 현재 상황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내 자신이 한없이 어리게만 느껴졌다. 사랑은 결코 밥을 먹여주지 않지만, 모든 사람에게 일은 곧 밥줄이자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차마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분명 비싼 콘서트 티켓 값과 바쁜 업무 때문에 함께 가지 못할 것 같다며 미안해 할 친구였다.

그 동안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하느라 힘든 줄 몰랐네, 미안해.

한참을 생각하다가 짧게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내가 고심 끝에 보낸 문자를 쳐다보고 있으니 미안하다는 말이 30분도 채 안 되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문득 놀랐다. 그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말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곧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로 비춰질까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휴대폰 연락처 목록을 쭉 내려보았다. 가끔 괜히 누군가와 연락이 하고 싶어 연락처 목록을 볼 때면 나는 끝없는 자괴감에 빠져들곤 했다. 그래서 우울할 때는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였다.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새 휴대폰으로 바꿀 때면 이전 휴대폰에 있는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 늘 한 번 인맥을 거르는 습관이 있는 탓이었다. 꽤 오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연락처는 더욱더 많지 않았다. 목록을 별로 내리지도 않았는데 이미 반 이상 내려와 있었다. 마침 내 눈길이 멈춘 이름은 다름 아닌 ‘오빠’ 였다. 가끔 내 휴대폰을 보는 지인들은 오빠가 있냐고 물었다. 외동이지만 이렇다 저렇다 할 설명이 귀찮을 때면 그냥 오빠가 있다고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까운 곳에서 함께 자란 두 살 터울의 오빠였다. 그래서 내게는 가족이었다. 그런 오빠에게 내가 전화를 걸 때면 언제나 통화의 끝에는 오빠의 진심 어린 말이 있었다.

네가 무얼 하던 오빤 늘 네 편이야. 항상 응원해.

바쁜 업무 때문에 친구 S와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오빠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오빠의 진심 어린 응원보다 내 곁에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주말 시간을 내어 달라 말을 하더라도 오빠는 나를 만나러 와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우리는 오랜 사이였고 나에게는 숨쉴 구멍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우린 공연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기승전결이 있는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