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이 있는 단편소설

첫 번째 이야기, 낯선 전율 / 전

by 리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요일 저녁부터 답답한 가슴 때문에 무얼 해도 즐겁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백수가 좋은 이유라면 특정 요일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혹은 요일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빠와 만나기로 한 날이 언제였더라.

토요일인 것은 기억하지만 이번 주인지 다음 주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급히 연락을 해 물어보려다 문득 우리가 만나기로 한 이유가 다름 아닌 콘서트 때문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지난 금요일 약속을 잡고 어딘가에 쳐 박아 둔 티켓을 찾았다. 등기로배달된 티켓을 다시 손에 쥐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나는 아직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니다. 이겨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내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 잘 모르겠다는 말이 정확하다.

나도 모르게 켜 놓은 라디오에서 마침 콘서트의 주인공인 가수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한여름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장마철이 벌써 온 것인지 밖에는 아직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나 싶더니 베란다로 세차게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널어둔 빨래를 걷으러 얼른 뛰어 나갔다. 그렇게 빨래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든 나는 온몸으로 빗방울을 막아냈다. 이미 흠뻑 젖은 빨래만큼 젖은 채로 한참을 비가 들이치는 베란다에서 서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물줄기가 온몸을 타고 흘러 내리고 있었다.

며칠을 앓았다. 일 년에 꼭 두어 번은 있는 일이었다. 병원조차도 가기에 부담이 되는 백수였지만 내심 이런 상황에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친구 S는 내게 괜찮으냐고 몇 번 전화를 해 물었지만 나는 차마 괜찮지 않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괜찮다는 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은 그는 늦은 밤 찾아와 오 만원 짜리 한 장을 손에 말없이 쥐어 주었다. 무언의 압박과 걱정의 무게에 눌려, 나는 다음 날 바로 링거를 맞으러 갔다.

링거 한 방으로 이렇게나 빨리 회복될 줄 알았더라면 나는 정말이지 링거를 맞지 말았어야 했다. 다음 날의 콘서트가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 줄 알았더라면 나는 차라리 아픈 몸을 그대로 유지했어야 했다. 어김없이 그 사람이 생각날 것만 같아 함께 가기로 한 오빠에게 표만 건네 주고 오겠다 다짐했다. 미리 말을 해야겠다 싶어 휴대폰을 든 순간, 오빠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비 온다네.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입고 와.

한여름, 따뜻하게 입고 오라는 걱정 어린 짧은 문자라니. 축축히 젖었던 내 마음에 훅, 따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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