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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향 Aug 25. 2022

열 줄의 마음읽지-

15

  내가 사는 동네는 도로명이 모두 음악가들의 이름에서 왔다  

  베토벤 스트릿, 슈베르트 스트릿, 슈만 스트릿... 이런 길들을 지나오며 해질녘을 목격하는 퇴근길은 정말이지 경이롭다 

•  오늘의 길 위에서, 나는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신 나의 신을 다시 생각해봤다 

•  삶의 곳곳에 어떻게든 숨어있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감사함으로 발견하는 일은 어렵게 터득한 습관이다

  누구나 좋은 곳이라고 칭송하는 직장에 다니는 신입 시절의 나는 매일 독주에 취해있었다 

  실제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직장이 유일한 세상이라는 착각과 함께 지금 속한 조직 없이는 내 성공한 삶을 완성할 수 없다는 망상에 제대로 취해 있었다 

  환상과 환영에 취한 어린 나는 비합리적 구조에 의해 생기는 과도한 노동도 명예로 생각했고, 스스로를 갈아 넣으면서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의무처럼 여기곤 했다 

  그러나 깊은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삶의 의미'를 질문하던 나와 내 직장인으로서의 삶 간에는 시간이 갈수록 간극이 벌어졌고, 나는 결국 권태와 외로움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극단의 절망과 치명적이었던 순간의 선택, 원망과 미움과 증오와 혐오를 넘어 드디어 단지 인간으로서의 내 삶을 대면하게 된 지금, 이제야 나는 저녁놀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다 

•  이 빨갛고도 하얗고, 푸른 듯 사라지는 주황의 저녁 하늘이 나에게는 황금처럼 귀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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