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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향 Aug 29. 2022

나에게 보냈던 편지들

1

문득 생각했다. 살면서도 힘이 부칠 때 눈을 감는 일이 많았구나...


눈앞의 부담스러운 위기, 가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우리는 애써 몸과 마음의 눈을 감아버린다. 불편한 현실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서다. 마치 눈 감고 귀 막은 채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조금의 시간만 지나면 삶이 대충 잘 풀린 채 흐르고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삶의 원리는 오히려 반대인 것 같다.

눈을 감을수록 삶이 꼬이고, 뜰수록 풀린다.

얼굴로 다가오는 그 무게가 무거울수록, 주어진 과제가 버거울수록, 우리는 혼신을 다해 우리의 눈을  떠야 한다.


이 순간에 좀 더 집중하고, 고민하고, 명료히 생각해야 한다. 이는 단지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뿐만은 아니다.


짊어지고 들어 올리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근육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것처럼, 어렵고 버거운 일일 수록해냈을 때 느끼고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많다.


물론, 경주마처럼 왜 달리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빠르기 위해서만 달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다시 오지 않을 중요한 시기에, 놓칠 수 없는 무언가에 몰두하는 중이라면, 가끔은 지금이 삶의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몰입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삶이라는 것은 때로는 주어진 과정에 몸을 싣고 흐르는 대로만 기다려도 어떻게든 흐른다.

오늘 하루가 단지 어떻게든 흘러는 가는 수많은 날들 중 하루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날들 중 하루이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위기가 다가온다.

마주하기 싫은 진실, 감내하기 어려운 고난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저 눈을 감은 채 시간이 흐르기를, 흐르는 시간 동안 헝클어진 삶이 흩어지듯 사라지거나 깔끔히 정돈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벼운 요령이 진득한 집중과 노력보다 더 값지기는 어렵다. 요행보다는 진정으로 채우는 삶이 아름답다.


그러니, 눈을 떠야 할 땐 정말로 크게 떠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마음대로 눈을 감고서 편히 쉴 수 있는 시절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진심을 다해 우리가 겪은 지난날들을 예쁘게 바라보게 되겠지-


비로소 이루어진 무수한 것들을 애틋하게 돌아보면서, 아쉬움은 한껏 덜어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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