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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빈 Mar 07. 2018

yes가 없으면 no라는 뜻입니다.

연애관계의 기준은 바뀌어야 합니다

세상은 변했다. 예전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식의 연애가 통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말하지 않았다면 행동을 한 사람이 상대방이 동의했음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예전엔 괜찮았는데-라는 말로 더는 변명이 안된다. 반성하고, 사과하고, 변해야 한다.


키스하고 싶은 분위기라면 고개 끄덕임이든 응이든 yes든 ok든 뭐든 동의가 있어야 한다. 섹스하는 타이밍에도 행동 직전 멈추고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센스가 필요하다. 연인 간에든 부부간에든 언제나 동의는 필요하다.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 으레 당연히라는 변명이 통하는 세상은 이제 끝났다) 그게 없이 진행되었다면 나중에 상대방에 “나는 동의 안 했다”라고 말할 때 책임은 동의를 구함 없이 행동한 사람이 져야 한다.


피해자에게 그때 싫다고 그러지- 왜 이제와 딴말하냐라고 말할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좋다고 안 했는데 왜 그랬냐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일반적 기준에서 남성들도 “괜찮아?”라고 묻는 매너를 익혀야 하고 여성들도 “좋아”, “괜찮아”라고 의사표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아니”라고 말하는 건 당연. 남자들도 "아니"라고 하면 멈추고 과도한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 화를 내거나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여성들은 싫다고 아니라고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돌변해 나에게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극적 거절의 의사로서 침묵을 택하게 되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니라고도 하지 않고 좋다고도 안 하는 상황, 대답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응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no라고 이해하는 게 상식에 맞다. 피해자에게 그때 싫다고 그러지- 왜 이제와 딴말하냐라고 말할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좋다고 안 했는데 왜 그랬냐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맞다.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상대방이 좋다고 말했어?라고 물어봐야 한다. '아니,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가해자가 맞다.

내가 먹으려고 아메리카노를 사서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상사가 와서 커피 고마워- 하고 쓱 가져가 버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나는 어어어 하다가 커피를 뺏기게 되었고, 상사는 내가 싫다고 말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자기를 주는 건 줄 알았다고 말한다면? 상사는 당연히 후배인 나에게 '그거 나 주려고 샀어?'라고 물어봤어야 하고, '아니긴한데 드세요',라고 내가 대답하든지, 내가 상사가 묻기 전에 '선배님 이거 드실래요?'라고 물어봤어야 그 아메리카노를 들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마음대로 묻지도 않았고, 사실은 싫다고 말했어도 '에이- 나 줄 거였으면서'하고 가져갈 생각이었다면?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절도에 해당한다.


후배가 나중에 가서 '왜 제 아메리카노 맘대로 들고 가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상사가 '그랬어? 싫다고 하지- 난 아무 말 없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라고 하거나, '예민하게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고맙다고 했잖아', '나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었어?' 또는 '치사하게 그러기냐, 그럼 돈 주면 되는 거냐?' 고 한다면 어떨까 말이다. 누가 뭐래도 이 건은 맘대로 아메리카노를 가져간 상사 잘못이다. 상사라고 후배가 개인 돈으로 산 물건을 자기 마음대로 동의도 없이 가져갈 수는 없다. 그런 후배에게 '싫다고 하지 그랬냐'라고 물어보는 것은 부당하다. 너무나 분명한 결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앞으로 상사들이 무서워서 뭘 마시지도 못하겠으니 사무실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오는 걸 금지한다고 하면 이건 말이 되는가? 맘대로 뺏어간 상사가 잘못한 것이지 아메리카노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모름지기 원칙은 의사표시가 없음에도 무언가 진행을 하면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했거나 그에 준하는 묵시적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계약의 경우에도 나는 합의했다고 하고 상대방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하면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측이 증명을 해야 한다. 그때 상대방이 동의한 사실이 없다면 그것은 합의된 게 아니다. 상대방이 당신의 행동에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고, 그저 침묵했다면 그건 동의한 게 아니다. 합의랑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 간에 이루어지는 의사의 합치행위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체접촉의 기본값은 거절이다. 동의의 의사표시가 있을 때만 합의가 있는 것이다. yes가 없으면 no다. 이젠 이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



#metoo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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