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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빈 Dec 15. 2018

너무 아픈 연애는 ‘공정한 연애’가 아니었음을

-연애의 시작과 유지에 관하여


글 중에서

때로는 필요에 의해서 기울어진 계약을 맺기도 한다. 변호사의 일이란 대체로 향후 발생할 법적 갈등의 씨앗을 방지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말을 하다보면 의뢰인에게 ‘왜 그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지는 이해하지만 그 일에는 이러저러한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게 된다.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갑갑한 일이지만, 위험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위험 발생의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감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위험 대처에도 좋다. 어쩌면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영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연애도 때로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 뛰어들고, 가끔은 저 사람이 내게 주는 상처마저 달콤해서 감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상처들이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점에는 추호도 의심이 없다. 사람과 사람의 일은 언제나 온전히 장담할 수 없는지라 헤어짐 앞에서 상처받고 아플 것이라는 것도 안다. 연애에 대한 나의 많은 이야기들은 쓸데없는 상처를 받지 말자,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지 말자는 취지의 고민에 가깝다.

‘사귀자’는 말로 연애가 시작되고 나면 이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는 온전히 두 사람의 몫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주도하는 쪽이 자연스럽게 정해지기도 하고, 어쩌면 시작부터 감정적으로 기울어진 연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기울어짐, 한쪽의 리드 속에서도 지켜야 할 정도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정도를 지키는 데는 의외로 많은 노력이 수반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좋아해서 만나기로 했고, 연인이라는 관계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에서 그 약속이 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 말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50600005&code=960100&www=&sat_menu=A075#csidx7398c2bc1e45c5ead582a57aac3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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