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판사 이름을 알기가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사 이름은 법정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 있는 큰 화면 상단에 써있다. 법정 안에서는 판사 이름을 알 수가 없다. 합의부 재판이면 세명 중 가운데 앉은 사람이 재판장이고, 그 사람을 기준으로 왼쪽이 좌배석판사(재판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른쪽), 오른쪽(재판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왼쪽)이 우배석 판사라고들 부른다.
판결문에도 판사 이름이 나온다. 대법원 사이트에서 '나의사건열람' 시스템에는 개별 판사의 이름이 안나온다. 법원 사이트 어디에도 판사 이름이 안나온다. 변호사 단체가 입수해서 제공하는 법원 내부 인사편람 같은 자료를 입수하거나 해야 그나마 가능한 셈.
공개재판주의라면서, 당최 판사 이름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공개재판주의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법정에 판사석에 각 판사의 명패가 있었으면 좋겠다. 합의부라면 주심판사가 있을 것이므로 명패 위에 조그만 전등이 있어서 거기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든지 그런 방식으로 주심판사가 누군지도 금방 알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재판정의 판사 이름이 누구인지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붙어있는 화면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어느 법원 합의부 몇 부 이렇게만 알 뿐, 담당 판사가 누구인지 일반인들은 인식하기가 어렵다. 법원이 제공하는 '나의사건검색' 사이트를 열어봐도 담당 판사이름은 없고 재판부만 있다.
재판은 한 달에 한 번정도 열리는데, 재판부가 변경되는 경우(인사이동이 있는 경우) 매우 눈썰미가 좋거나 하지 않는 한, 내 사건을 하던 판사 얼굴은 뭐였고 그 사람 말고 누가 새로 와서 하는지도 일반 국민은 인식하기가 어렵다.
검사도 자기 이름 걸린 자기 검사실에서 수사하고 공소장에도 자기 이름 쓰고, 법정 출석해서도 누구 검사 출석했다고 이름을 밝히는데, 판사는 재판 시작할 때 '합의 -부 재판 시작하겠습니다' 정도의 소개만 할 뿐, 자기가 누구인지 잘 밝히지 않는다.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누구나 방청할 수 있지만, 사실 완전한 구두변론을 진행하더라도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하루만 봐서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결국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우리 법원이 진행하는 재판들은 공개재판이 원칙이기는 하나 형식적인 것에 그칠 뿐, '공개'라는 의미가 주는 견제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는 판사는 판결문에 이름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의 익명성을 보장받는 셈이다(심지어 판결문 검색도 되기는 되는데 딱부러지게 수월하지는 않고 기능상 한정적이다).
우리는 정책적인 고려나 비판을 할 때 쉽게 '법원', '사법부' 이런 말로 판사들을 단일체로 보고 한 사람의 판사를 구성원 내지 그냥 구성요소처럼 생각하지만, 재판을 받는 당사자에게 판사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법원에 대한 견제는 판사 개인들에 대한 개별적 견제도 포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