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힘'에서 '합의된 시대정신'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관하여
<연애도 계약이다> 시리즈에 이어 <정치도 계약이다>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법적으로 아주 철두철미하게 '연애'나 '정치'가 '계약'이라는 법적인 형식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연애'가 '계약'이라고 할 때는 서로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 이행과정에서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면, '정치'도 '계약'이라고 말할 때도 마찬가지로 약속과 신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에서처럼, 민주주의, 공화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 간접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도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은 우리 공동체에서 정치인과 유권자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저의 삶의 모토는 '한 사람의 힘'입니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 한 사람이 그 옆 사람을 설득하고 감동시키고, 그 사람이 또 옆 사람을, 그렇게 이어나가서 시대정신이 있고, 이 시대정신을 따라 규칙을 만들어내는 일. 그게 지금 우리 공동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이자 정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직 우리 정치는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공정'을 이야기하고 '상식'을 이야기하고 이 가치들을 우리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게 만든 것이 노무현 시대였다면, 이제는 그 가치를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좀 더 성실하게, 체계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성숙기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염원하던 "시스템의 정치"가 정착되도록 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과정은 결국 사회적 합의를 문자로 박제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타인을 설득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하고 때로는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일은 정치의 이름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의 일상적 과정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다가오는 2020년 계획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