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함정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두 가지 뉴스가 있다.

헤드라인 A: "명문대 입학에서 아시아계 학생 비율 급증, 공정성 논란"

헤드라인 B: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학생들 입학에서 역차별받아"


헤드라인 A


미국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계는 단 6%다. 그런데 하버드 신입생의 20%, MIT 신입생의 47%가 아시아계이다. 숫자만 보면 분명히 "과대표"되어 보인다. 마치 서울 인구의 10%도 안 되는 강남 3구 출신이 서울대 신입생의 12%를 차지하는 것처럼 아시아인들이 대학에서 너무 많은 우대를 받고 있고 '기회의 불평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헤드라인 B


인종별 SAT 상위권 학생의 비율을 보면, 아시안 58%, 백인 31%, 히스패닉 12%, 흑인 8%의 비율을 갖는다. 그 비율에 대비해서는 하버드나 MIT 입학생 비율을 따져봤을 때는 오히려 아시안들이 너무 적게 뽑히는 게 아닐까 할 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 실력에 비해 더 적게 뽑히는 것은 불공정하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기준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현실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인구 비율로만 따져봤을 때는 특정 집단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고 성적이 기준이 되면 실력이 있는 집단이 오히려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대학은 단순히 두 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교육열, 소득, 지역별 인프라, 대학의 정책 등 복합적 요인들을 무시하고 단순히 두 개의 통계로 비교하는 것은 마치 코끼리의 다리만 만지고 "코끼리는 기둥 같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통계들이 있다. 따라서 어떤 통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선택적 통계는 갈등을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다. 맥락은 이런 통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메시지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추세를 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지를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에 대한 더 건설적인 해결책을 세울 수 있고 그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기에 용이하다.


통계는 분명 유용한 도구로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정책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통계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통계는 수단일 뿐, 진짜 목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하버드 신입생 통계로 돌아가 보면 아시아계 20%, 백인 39%, 라틴계 16%, 흑인 14% 이 숫자들 뒤에는 각각의 꿈과 노력, 그리고 좌절이 담겨 있다.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다른 장애물을 넘어온 수천 명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말이다.


진정한 공정성은 통계 숫자 맞추기 게임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정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대신,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를 해석하는 우리는 언제든 거짓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통계를 갈등의 무기가 아닌 이해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진짜로 통계를 활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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